함께 걷던 그 골목에서

그때는 몰랐던 평범한 기적

by 남궁찬

형이랑 내가 마지막으로 길을 걸었던 날이 언젠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자주 걸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엔 오래된 골목이 하나 있었다.

형은 그 길을 ‘아무도 안 쳐다보는 길’이라며 좋아했다.

“여기선 맘대로 걸어도 돼. 아무도 우리 안 봐.”

형은 그렇게 말하며 이어폰 한쪽을 내게 건넸다.

내가 몰래 녹음해 둔 그 웃음소리가,

지금도 종종 귀 안에서 울린다.


그날 형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다 기억나지 않지만

형이 나보다 반 박자 빠르게 걷던 그 리듬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항상 형의 어깨를 보며 걸었고,

형은 가끔씩 뒤돌아보며 나를 기다려줬다.

그냥 함께 걷는 일이,

그때는 그렇게 당연했다.


돌이켜보면 그 길 위에서

형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이었다.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듣기만 했고,

어쩌다 말이 없을 때도

우리는 조용히 같은 길을 걸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게 지금은 전부가 되었다.


형이 떠난 뒤로,

나는 그 골목을 한 번도 똑같은 마음으로 걷지 못했다.

길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형의 그림자는 없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형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보다 앞서 걷는 걸 보면

자꾸만 형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도 무의식 중에 형을 따라가고 있다.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아주 작고 조용한 기적 같은 하루였다.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던 그 골목에서,

형은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형을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걷고 있었다.


그게 나에겐 기적이었다.

형이 있어서,

그 하루가 특별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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