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오후,
훌라후프를 들고 공원에 나갔어
그때 한참 유치원에서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하느라
매일 연습할 때였거든
원래 주말엔 박물관으로 어디로
체험 가느라 바빴는데
그날은 어쩌다 집에 있었던 것 같아
공원에서 너는 너무 좋아하더라
그냥 뛰고 훌라후프 돌리고
별거 아닌 것들에 감탄하며
꽃을 보고 강아지를 보고
어느새 땀이 뻘뻘 나고 얼굴은 빨개졌어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
" 엄마~~
오늘 너어~~~ 무 재미있었어! "
주중엔 외가에,
주말에만 집에 오는 게 미안해서
주말엔 이것저것 많이 체험이라도 해줘야 엄마 노릇하는 것 같아서 늘 동동거렸어
그런데
너는 이런 게 좋았던 거였어
그냥 엄마랑 노는 거.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말이야
엄마도 그래.
선생님이나 연구원이나 회사원이나 약사가 아니더라도
너 만으로 좋아
무엇이 되지 못한다고 작아지지 마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기회는 아주 많아~~
백수인 너도 사랑할 거야^^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