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썸.
화가 나 죽겠다며 씩씩대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피식 웃음을 겨우 참았다.
웃참에 실패한 아빠가 지른
"아직 남친도 없는 @@아~~~" 소리에
제대로 긁힌(?) 녀석은
냥냥펀치를 날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올해 복학해서 동아리에 나타난 뉴 페이스
한 학기를 지켜보다가
얼마 전 엠티 때 슬그머니 옆자리에도 앉고
얘기도 하고 그랬나 보다.
지는 좋은데
상대는 반응이 없는 듯해서
자꾸 화가 난다고 했다.
평소에 언론이 보여주는
무서운 남친들 뉴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아이
결혼도 안 할 거다, 아이도 안 낳을 거다
간섭받기 싫다, 불편한 거 싫다 하며
도통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이가 고3이 된 봄,
아이의 사주를 넣고
첫 질문으로
" 남편은 있어요? 자식은요?"
이랬을까..
어느 대학을 갈지, 인서울은 가능할지 보다
외동이라 나중에 엄마아빠 없이
이 세상에 혼자 남을까 제일 걱정이어서
물었다.
다행히 남편도 자식도 있다 해서
안도했었다.
물론,
앞으로 선택하는 건 아이의 몫이겠지만
사주에 나온 거라도 믿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그랬다.
저녁에 집에 오면
자꾸 놀리는 아빠는 몰래
소소하게 진도(?) 나가는 상황을 보고한다.
매운걸 못 먹는다는 썸남의 식성,
그가 옷을 잘 입어서
살짝 긴장한 털털한 아이의 옷투정까지
나는,
이들의 연애 전 탐색전이
너무 재미있다.
어서 손도 잡고
오늘부터 1일! 드디어 시작했다는
소식도 듣고 싶다.
그러나
혹시,
썸에서 끝나더라도
많이 속상해하지 말기를..
이 몽글몽글한 기분을 알았으면
또 시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예쁜 스물두 살이, 스물세 살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