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연기 교습소에 다섯 번째로 갔을 때였다.
그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무도 연기를 하지 않았고,
거울을 보던 이들도, 책을 읽던 이들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서연도 그 사이에 앉았다.
감정을 흉내 내는 것조차
이젠 무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때,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조용히 앉았고,
말없이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냈다.
구겨진 쪽지에는
어떤 문장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서연은 그 문장을 보지 못했지만,
그 여자는 그것을 가슴에 꾹 눌러 대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조용히 떨어졌다.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 울음소리 없는 울음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 누구도 위로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말 걸지 않았다.
그 공간의 약속은 늘 같았다.
감정은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연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여왔다.
눈물은 안 나왔지만,
그 울음은 분명,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울지 못할까.
왜 나는,
그렇게 오래 감정 위에 앉아 있었을까.
움직이면 부서질까 봐.
울면 다 쏟아질까 봐.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
서연은 처음으로
울고 싶다는 생각 말고,
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