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날, 누가 울었다

by 이한

감정연기 교습소에 다섯 번째로 갔을 때였다.


그날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무도 연기를 하지 않았고,

거울을 보던 이들도, 책을 읽던 이들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서연도 그 사이에 앉았다.

감정을 흉내 내는 것조차

이젠 무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때,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조용히 앉았고,

말없이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냈다.

구겨진 쪽지에는

어떤 문장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서연은 그 문장을 보지 못했지만,

그 여자는 그것을 가슴에 꾹 눌러 대고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조용히 떨어졌다.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 울음소리 없는 울음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 누구도 위로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말 걸지 않았다.

그 공간의 약속은 늘 같았다.

감정은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연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여왔다.

눈물은 안 나왔지만,

그 울음은 분명,

자기 안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울지 못할까.

왜 나는,

그렇게 오래 감정 위에 앉아 있었을까.

움직이면 부서질까 봐.

울면 다 쏟아질까 봐.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

서연은 처음으로

울고 싶다는 생각 말고,

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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