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이한

나는 여전히 사람인 척하고, 가끔은 개처럼 살아간다.

목줄은 이제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목줄이 있던 자리의 살은 아직도 움푹 파여 있다.


그곳이 간지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아직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버지는 어느새 사라졌고, 나는 이제 내 목에 내 손으로 리드줄을 건다.
조금은 느슨하게,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를 향해 꼬리를 흔들며 살아간다.


사람이기를 포기했던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날, 나는 진짜로, 태어났다.

작가의 이전글빛을 잃지 않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