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고유한 빛을 지니고 있다.
닮을 수 없는 결,
다시 피워낼 수 없는 숨빛.
아이들은 그 빛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삐뚤어진 선과 어설픈 색깔조차
어떤 교본이나 기준보다 진짜였다.
그들은 평가받기 위해 그리지 않았다.
그저 세상과 놀고, 자신을 풀어내는 데에 충실했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 일찍 잣대를 들이댄다.
'더 똑같이', '더 정확히', '더 보기 좋게.'
한 줄의 선이, 한 번의 붓질이
기준에 닿지 못하면 실패로 낙인찍힌다.
아이들은 배운다.
틀리면 부끄럽고,
남들과 다르면 외롭다는 것을.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색을 숨긴다.
잘함을 향한 강박,
기준을 향한 집단적 열망은,
우리를 똑같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개성은 '교정'되고,
빛은 '가공'된다.
자신만의 빛을 의심하게 된 우리는
타인의 길을 훔쳐 걷는다.
남이 쌓은 돌을 더 높이 올리고,
남이 만든 탑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안는다.
모방은 버티는 것보다 손쉬운 길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 사회는,
우리가 빛을 잃도록 설계된 곳일지도 모른다.
속도를 내라고 재촉하고,
높이를 요구하고,
비교의 잣대를 들이미는 동안,
우리 안의 고유한 결은 서서히 닳아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알아차린다.
"내가 쥔 것은 진짜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남의 흔적을 덧칠한 그림,
남의 숨빛을 빌린 글,
남의 꿈을 대신 입은 삶.
그러나 덧칠한 어둠은,
끝내 빛이 될 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의 언어를 흉내 내는 일이 아니다.
어디에도 없는 언어를 찾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일이다.
세상은 말한다.
"이대로는 부족하다."
"남들보다 빨리 도착해야 한다."
"정해진 빛을 더 닮아야 한다."
그 목소리는 끈질기게 귓가를 울린다.
그러나 나는, 멈추어 서기로 했다.
남의 빛을 따라 달리는 대신,
내 안의 불완전한 숨빛을 믿기로 했다.
나는 안다.
내가 쓰는 이 문장 하나가,
내가 걸어가는 이 길 하나가,
어쩌면 초라하고 느리더라도,
결국은 나를 나로 남게 할 것임을.
흉내 내지 않는다는 것은,
더디고 고독한 길을 걷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세상의 어떤 완벽보다 귀한 길이다.
나는 오늘도 쓴다.
남을 흉내 내지 않고,
남의 꿈을 빌리지 않고,
오직 내 안에서만 움트는 빛을 꺼내어 놓는다.
빛을 잃지 않기 위하여,
나는 흔적을 훔치지 않는다.
누구의 결도 탐내지 않는다.
비록 느리고 어설퍼도,
내가 빚은 흔적을 믿는다.
빛을 흉내 내지 않고,
빛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