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

by 이한

나이가 50이 넘어서야 돌솥비빔밥이 좋아졌다. 어렸을 때는 돌솥의 열 때문에 생기는 누룽지가 싫었다. 이빨 사이에 기분 나쁘게 끼거나, 입안에서 맴도는 느낌이 기분 나빴다. 야채들이 뜨거워져서 흐물흐물 거리는 식감도 싫었다.


이상하게 이제는 그것이 좋다. 생야채, 샐러드는 몸에 좋다고들 하는데 내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샤브샤브를 먹을 때 뜨거운 육수 속에 담갔다 먹는 야채가 소화도 잘되고 더 맛있다. 돌솥에 들어가는 시금치, 고사리, 생무채, 계란, 양배추가 뜨거운 곳에서 어우러져 함치르르 한 고추장과 참기름이 맛을 내주는 돌솥비빔밥이 좋다.


시금치 값이 많이 올라 시금치 대신 비슷하게 생긴 게 들어간 걸 눈치챘을 때는 식당 주인의 여러 가지 고뇌도 같이 느낀다. 사소한 것에서 동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생에서 동질 한 경험에서 오는 공감인 것 같다. 인생이 가볍지 않다는 공감.


불볕의 태양이 뼛성을 부리는 나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아침 식당에서 먹은 돌솥비빔밥에 감동 먹은 느낌을 놓치기 싫어 이렇게 끄적거린다.


연일 폭염이 이어져 산천초목이 휘져 있는데 왜 돌솥비빔밥 타령인가 할 수도 있겠다. 행복이 멀리 있겠는가. 행복이 따로 있겠는가. 일을 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행복일 것이고, 그 순간순간을 감사히 여길 수 있다면 복된 삶이 아닐까 한다.


이런 행복이 계속되면 좋으련만 또 허우룩한 날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받아들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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