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화
서연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감정연기 교습소에서 마주쳤던,
그 조용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지만
둘 사이엔 ‘조금은 울어본 사람들’만의 공기가 있었다.
“그날 이후, 혼자 울었어요.”
그 남자가 말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그런데… 이상하게 울고 나니까, 하루가 조금 덜 무서워졌어요.”
그는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행동도 위로였다.
“전엔, 감정이 나를 삼킬까 봐 두려웠어요. 근데 이젠, 감정이 나를 꺼내줄 수 있다는 걸 알겠어요.”
그는 웃었다.
“그 말, 좋네요.”
카페 밖으로 나가는 길에 서연은 작은 수첩을 꺼내 이 문장을 적었다.
우리는 감정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잠시 떠나보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문장 밑에 작게 ‘나’라는 이름을 적었다.
이제는 누군가를 향해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정을 회복한다는 건, 나를 회복하는 일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