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버스를 탔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었다.
차창 밖은 고요했고, 이어폰 속에는 익숙한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 노래를 듣고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멜로디가 너무 슬퍼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년 동안 이 노래를 들어도 그저 ‘좋은 노래’라는 생각만 들었다.
감정은 언젠가부터 반응하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고요한 연기처럼만 움직였다.
그런데 오늘, 버스 안에서 그 노래가 다시 흘렀고
서연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왼쪽 눈가가 아주 조금 따뜻해졌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안쪽에서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느꼈다.
감정이 ‘돌아오는 중’이라는 걸. 버스는 목적지도 없이 달렸다.
서연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무언가를 사러 간 것도, 누굴 만나러 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감정이 고개를 든 날, 조금 걸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건 이젠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