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그리고, 우리는 울 줄 안다

by 이한

서연은 다시 감정연기 교습소를 찾았다.

그날은 이상하게 따뜻한 날이었다.

비도 그치고, 사람들도 몇 명 없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익숙한 얼굴들이,

이젠 조금은 덜 무표정한 얼굴들로 그녀를 맞았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서연이 울고 온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거울을 마주했다.

이젠 거울 속 자신에게 ‘눈물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눈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감정은, 없어지는 게 아니었어요. 숨은 거였고, 기다렸던 거였어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그 남자도 고개를 들었다.


“나도 어제, 조금 울었어요.”


누군가 작게 웃었고, 누군가는 컵을 내려놓았다.

작은 소리들이 방 안에 퍼졌다.

예전의 그곳이었다면 침묵이 당연했겠지만,

이제는 작은 소음이 위로였다.


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거리에는 사람도 많았고, 소리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모든 것이 덜 무서웠다.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녀는 이제 안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가진다는 건 살아 있다는 뜻이라는 것도.


서연은 마음속으로 천천히 한 문장을 되뇌었다.

울지 않는 사람들. 그건 우리가 아니라, 감정을 포기한 사회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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