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상처받지 않으려면,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착각

하인츠 코헛: 자기 심리학

by 이한

나는 오랫동안
상처받지 않으려면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 사람의 말투와 기분을 헤아리고,
혹시라도 내가 더 센 말로 다치게 하진 않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렇게 나는
상처받지 않는 대신,
상처받아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정신분석학자 하인츠 코헛은 말했다.
"지나친 공감은, 자기를 희생시킨다."


공감은 건강한 관계를 위한 도구지만
그것이 ‘자기 존재의 부정’까지 가면
그 사람은 결국, 자기 고립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나는 늘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했고,
그래야 좋은 사람이고,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이해가 아니라, 자기 억압이었다.


모든 관계에는 균형이 있다.
이해는 주고받는 것이지
한쪽만 감내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오래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오느라
상대의 말에 수없이 무너졌고,
스스로를 수없이 설득했다.


"그 사람도 힘들었겠지."
"내가 너무 민감한 건가?"
"이해하려면, 나부터 내려놔야지."


그 말들로
나는 나를 꾸역꾸역 지워왔다.


이제는 조금 달라지고 싶다.
이해보다 먼저,
나도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고 싶다.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걸,
그 사람 입장보다
내 감정이 더 시급한 순간이 있다는 걸
허락하고 싶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이해하려는 사람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상처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상처가 말을 걸어오는 시간이다.







당신에게 남기는 문장:

모든 이해는 당신의 감정보다 우선이 아닙니다.
상처받지 않으려다
당신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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