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피드 속에서 잘 살고 있다

– 현실은 폐허인데, 인스타는 낙원이다

by 이한

나는 가끔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내 피드가 대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유튜브는 매일 묻는다. “이 영상을 끝까지 본 당신, 성공할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영상 끝나기 전에 계란프라이를 태웠다.


인스타는 내게 속삭인다. “지금 이 순간도 남겨야 가치가 있다.”
그래서 한 입 먹기 전에 사진을 찍고, 혼자 걷다가도 셀카를 찍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을 한다.

페이스북은 내 과거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2년 전 오늘, 당신은 이만큼 빛났습니다.” 하지만
그날 난 빚도 있었다.


친구의 강아지는 또 귀여웠고, 누군가는 잘생겼고, 어떤 이는 저녁노을 아래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나는… 변기 위에 앉아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들의 삶은 밝았고, 나는 어두웠고, 그래서 나는 '좋아요'를 눌렀다. 질투 대신 공감을 선택한 나 자신이 대견했다.


언제부턴가 세상은 알고리즘이 키운 자녀들로 가득하다. 부모보다 유튜브가 먼저 밥을 먹였고, 선생님보다 인스타가 먼저 조언했고, 친구보다 틱톡이 먼저 춤을 가르쳤다.


피드 속 나는 참 괜찮아 보이는데, 현실 속 나는 자꾸만 로그아웃하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묻는다. “요즘 뭐 하고 살아?” 나는 대답한다. “잘 지내는 척하느라 바빠.”


우리는 모두 피드 속에서 행복한 자아 코스프레에 중독되었고, 그중 누군가는 정말 웃고 있다고 믿는 척을 한다.


오늘도 인스타에선 웃고, 현실에선 울고, 피드에선 살아 있다. 나는 그게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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