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목소리가 아니라 발걸음이다

— 《믿음의 자리엔, 사람이 있었다》 시리즈 2화

by 이한

그녀는 기도하지 않았다. 대신 걸었다.


2007년, 대전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간경화와 위암을 동시에 앓고 있는 남편,
그리고 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새벽마다 마트를 향했다.


수급자 신분.
하지만 병원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감당하기엔
정부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월 250만 원을 벌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그리고 밤마다
계산기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일을 더 하면 지원금이 줄어들까 봐

두려워서.


그녀는 하나님을 부르지 않았다.
기도할 시간도,
기도할 마음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기도를 멈췄다.

믿음은
기도의 열정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누군가는
하루를 살아내는 일만으로
믿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나는 요즘

기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입술은 굳고,

하나님이라는 이름도

목구멍에서 멈춘다.


그런데도

나는 매일

하루를 살아낸다.


학원 문을 열고,
학생을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밤이면 불을 끈다.

기도하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살아 있는 사람으로
하루를 걷고 있다.


믿음이란
말을 많이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걸어내는 일이다.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일.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하루를 시작하는 일.


사람들은 묻는다.
“아직도 믿느냐”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걷고 있으니까.


믿음은
목소리가 아니라
발걸음이다.


기도하지 못한 날에도,
하나님을 부르지 못한 날에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
남는 조용한 증언.


2007년 그 아파트의 그녀는
그날도,
다음 날도,
말없이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발걸음을 기억하며
나의 하루를
조용히 걷는다.

—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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