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자리엔, 사람이 있었다》 시리즈 3화
전기세, 카드값, 보험료, 학원 임대료.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일이
기도보다 먼저였다.
내가 “살고 있는가”를 묻기도 전에
“납부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이 먼저 날아왔다.
존재는 늘 뒤로 밀렸고,
현실은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 벌금이 붙었다.
나는 매달 현실을 납부했다.
어떤 달은 밥보다 이자를 먼저 삼켰고,
어떤 달은 잠보다 통장 앱을 더 오래 들여다봤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게 맞을까 싶었다.
죽진 않았지만,
살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날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낸 내가
어느 날 문득,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기도는 더 이상 “들어주세요”가 아니라
“대체 왜 이러십니까”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믿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이상하게도,
그 질문들이 나를 무너지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하나님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여전히 묻고 있었고,
그것이 내가 가진 믿음의 전부였다.
믿음은 어떤 날에는
‘할렐루야’가 아니라
‘왜요?’라는 물음으로 존재한다.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현실을 납부하고,
존재는 결제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이 말을 다시 꺼내본다.
믿음은 말보다 오래 남는 질문입니다.
나는 아직 묻고 있고, 그것이 나의 믿음입니다.
— 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