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을 개조한 좁은 회식 자리.
테이블 위에는 맥주 두 병과 묵은 안주,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쇄된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구도 웃지 않았고,
누구도 진심으로 피곤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부장의 첫마디는 늘 그랬다.
“오늘은 그냥 가볍게, 조용히 합시다.”
조용히.
그건 진심을 꺼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서연은 자리에 앉으며 슬쩍 옆을 봤다.
과장 한 명이 이번 달에도 실적을 못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겠다.”
그 말엔 감정이 빠져 있었다.
도움도, 위로도, 다 빠진 말.
그저 “말해줬으니 됐다”는 책임감의 톤이었다.
그 순간,
서연은 다시 떠올렸다.
첫 직장.
한 선배가 퇴사했다.
그날 저녁, 단체 채팅방에 모두가 보낸 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서연은 그런 말들 속에서
정말 누군가가 슬퍼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 사람은, 퇴사 다음 날부터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졌고,
서연은 조심스레,
감정을 가지지 않는 편이
훨씬 사회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배워갔다.
“서연 씨, 요즘은 좀 괜찮아요?”
부장이 물었다.
눈빛은 없었고, 톤은 사무적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서연은 자동응답기처럼 말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괜찮게 지나가는 법이라는 걸
이젠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