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이좋게 침묵하겠습니다

by 이한

회의실을 개조한 좁은 회식 자리.


테이블 위에는 맥주 두 병과 묵은 안주,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쇄된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누구도 웃지 않았고,

누구도 진심으로 피곤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부장의 첫마디는 늘 그랬다.

“오늘은 그냥 가볍게, 조용히 합시다.”

조용히.


그건 진심을 꺼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서연은 자리에 앉으며 슬쩍 옆을 봤다.

과장 한 명이 이번 달에도 실적을 못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겠다.”

그 말엔 감정이 빠져 있었다.

도움도, 위로도, 다 빠진 말.

그저 “말해줬으니 됐다”는 책임감의 톤이었다.


그 순간,

서연은 다시 떠올렸다.


첫 직장.


한 선배가 퇴사했다.

그날 저녁, 단체 채팅방에 모두가 보낸 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서연은 그런 말들 속에서

정말 누군가가 슬퍼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 사람은, 퇴사 다음 날부터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졌고,

서연은 조심스레,

감정을 가지지 않는 편이

훨씬 사회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배워갔다.


“서연 씨, 요즘은 좀 괜찮아요?”

부장이 물었다.


눈빛은 없었고, 톤은 사무적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서연은 자동응답기처럼 말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괜찮게 지나가는 법이라는 걸

이젠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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