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울음은 예의가 아닙니다

by 이한

국화 향이 코끝을 찔렀다.
검은 옷, 정중한 인사, 그리고 말없는 얼굴들.
장례식장 안엔 슬픔이 아니라 ‘예절’이 가득했다.


서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입술은 닫혔고, 눈가는 말라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조의합니다.”
그 말은 건조했고, 상투적이었으며,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도 같은 말을 되돌려줬다. “조의합니다.”
마치 입에 붙은 습관처럼, 감정은 없이.


모두가 잘 참아냈다.
아니, 어쩌면 ‘잘 안 느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이 사회에서 슬픔은 예의가 아니니까.
눈물은 사적인 것이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최대한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니까.


그 순간,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쳤다.


중학교 2학년.
복도에서 친구가 넘어졌고, 다리가 찢어져 피가 났다.
아이 하나가 울기 시작했다.
서연은 그 모습을 보다가 같이 울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이상하게 가슴이 저릿해서.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야, 쟤는 왜 울어? 지가 넘어졌냐?”
그리고 모두가 웃었다.


그날 이후, 서연은 혼자 울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거나, 무표정이거나.
감정은 창피한 것이었고,
눈물은 조롱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감정이었다.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울던 날도 그랬다.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났다.
정확히 왜 울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냥… 슬펐다.
그런데 남편이 말했다.
“왜 울어? … 우는 거야?”


말은 친절했지만,

그 말투엔 ‘이걸로도 울어?’라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그날 이후로 드라마를 혼자 보기로 했다.
감정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만 꺼낼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언제부턴가
그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조의합니다.”
서연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눈물은 고이지 않았다.
심지어 고이려는 낌새조차 없었다.

그녀는 울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아무도 눈물 흘리지 않는 이 장례식에서,
그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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