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선생님, ‘발생’이 뭐에요?”
“선생님, ‘특보’가 뭐에요?”
“선생님, ‘갉아서’가 뭐에요?”
국어 시간 중 지문을 읽다가 보면 심심찮게 물어오는 아이가 있다. 어릴 때 미국으로 나가서 살다가 3학년 때 재취학을 한 아이이다. 영어권에서 살다 오다보니 영어가 아주 유창하였고, 3학년부터 있는 영어 수업이 너무 쉬울 정도였다. 대화를 해보면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읽고 쓸 줄도 알았다. 기초적인 한국말은 할 수 있는 정도이다. 책도 어느 정도 두께의 책을 읽는다. 하지만, 수업 중에 이해 안 되는 어휘들이 지문 속에는 곧잘 나온다. 모르는 어휘가 많이 나오는 시간일수록 공부가 힘들다고 한다.
“선생님, ‘만족하는’이 뭐에요?”
캄보디아에서 온 2학년 학생이다. 평소에 그림책도 잘 읽고 수업 시간에도 집중을 잘 하는 똑똑한 아이이다. 어휘력도 높고, 이해력이 좋아 국어나 다른 수업 시간에도 학습이 우수한 학생이다. 어머니께서 캄보디아에서 오셨고, 주로 아버지께서 학교에 방문하시고, 문의하시는 편이다. 책을 잘 읽어서 어려운 수업 시간이 없을 정도이나, 문어체보다는 평상시에 쓰는 구어체 어휘를한 번씩 몰라서 물어보곤 한다. 그 어휘가 다른 어휘보다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단어를 물을 때가 있다.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노출정도도 학습에 영향을 준다. 국어시간에 지문에 나오는 낱말들을 사전 찾기 하는 시간이 있다. ‘쏠아서’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 의미를 찾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평소 책으로 다양한 낱말들을 접해주지 않으면 한 번 배운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낱말들이 우리의 이해력을 높여주는 근간이 된다.
다문화적 환경이 아니더라도 수업 시간이 힘든 학생들이 있다. 한 두 단어 정도만 알려주면 수업에 잘 따라오는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묻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년 교과서에 실린 지문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휘가 약한 경우에는 무엇을 물어야 할 것인가? 비단 국어뿐만 아니라 타 교과 수업 시간에도 연결이 된다. 타 교과의 지문에는 관련 학습 용어가 늘 새롭게 나온다.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다른 교과 학습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에 집중이 안 되고 재미없고 힘든 시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인은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글로써 소통하는 능력이다. 간단하게는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글을 읽고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정도의 기초적 수준의 읽기, 쓰기 능력이다. 미국에서 살다 온 3학년 아이는 기초적인 문해력이 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학습에 어려움이 있다. 문해력은 추론, 분석, 비판, 해석 등의 사고력을 요하는 읽기, 쓰기 능력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유창성, 사실적 독해, 추론적 독해, 기초적인 비판적 독해수준의 읽기 이해를 포함한다. 그렇다보니 문해력의 향상은 독해력의 향상, 질문력의 향상,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초 문해는 국어 학습 및 다른 교과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문맹은 아니지만 문해력이 없다는 것은 글자는 읽고 쓸 수 있으되, 무슨 뜻인지 모를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영상매체에 길든 초등학생들은 글자를 읽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것에 더 익숙하다. 글자는 알지만,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읽을 수는 있으나,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수업이 지루하고 힘들게 된다. 바로 학습 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문해력을 키우자.
학교 수업 시간에 국어 사전 찾는 법도 배운다.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면 문해력이 높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는 것 보다는 좋은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수업 시간에 분명 새로운 낱말을 찾아서, 국어 사전도 찾아본다. 하지만, 한 번 본다고 낱말을 아는 것이 아니다. 평소 생활에 사용하거나 다양한 책으로 어휘들을 접하고 책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읽고 이해하는 근육이 생겼다고 할 수 없다. 하루 운동한다고 근육이 생기는가?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내 근육을 만드는 것이다. 수학에서 하루 아침에 늘지 않는 것이 연산능력이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산학습지는 하루 많이 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하는 연산이 나의 연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문해력은 수학교과의 연산 능력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의 연산능력만큼 문해력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