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루리 글 그림 <문학동네>
최근 요 며칠 연일 '딥페이크' 관련 기사가 뉴스 전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자 76%가 10대라고 합니다. 각 학교별 텔레그램방이 운영되고,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인줄도 모른다고 하지요. 이쯤 되니 한 번 교실에서 얘기해줘야 싶단 생각이 들어 예방 교육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 저희 형 학교에도 가해자가 있대요."
심심찮게 들립니다.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형 학교에도 해당 사례가 있다고 해요.
마약, 도박에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범죄인데요. 자극적인 것에 쉽게 눈이 가고 쉽게 빠지는 십대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 수록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됩니다. 스스로 자신의 체로 걸러서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거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 어떤 책을 읽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라는 따듯한 마음을 키워줄 책을 찾아 봅니다. 고르고 고른 책은 '긴긴밤'입니다.
여학생들만 선호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살짝 걱정을 하였으나, 남학생들도 코뿔소와 펭귄 주인공들에게 도입부부터 쉽게 매료되었고, 사냥의 빠른 사건 전개로 지속적으로 흥미 있게 읽는 걸 보니 뿌듯했습니다. 두 세 '챕터' 정도 읽다 보면 주인공은 왜 밤을 길고도 길게 느끼게 되었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글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이 글의 '핵심어' 찾기를 해보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핵심어들이 나왔는데요.
훌륭한
코끼리 고아원에서 코끼리들이 노든에게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네'라고 했을 때처럼 노든도 ‘나'에게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라고 한 것이 이 어린 펭귄이 홀로 바다 속에서 살아 남으며 긴 밤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는 과정에서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든과 헤어질 때 노든이 건낸 이 한 마디가 어린 펭귄의 기억 속에 영원히 머무를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펭귄과 노든은 여러 추억을 쌓았고,딸과 아내와도 여러 추억을 쌓았고 치쿠와도 여러 추억을 쌓았고, 앙가부와도 그런 걸 보니 힘들고 슬플 때는 우리가 있기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 남은 흰바위 코뿔소 노든과 버러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다 함께 수많은 또 다양한 긴긴밤을 보내는 것을 보고 함께 웃고 우는 ‘우리'가 절실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긴긴밤
노든이 아내와 딸을 잃어버렸을 때도 밤보다 길고 어두운 암흑, 그리고 치쿠가 죽었을 때도 긴긴밤, 어린 펭귄이 떠나야 할 때도 노든이 긴긴밤이라 햇다. 어린 펭귄이 태어났을 때는 긴긴밤이었지만 별이 있었고 또 어린 펭귄이 바다로 떠나야 할 때도 긴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긴긴밤이 후회, 슬픔, 분노였다면 별들이 작은 희망, 한 생명이 같이 있다는 행복일 것 같다
바다
노든은 자신이 노력하고 견디어내며 자신이 초원을 마음껏 내달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바다를 찾아 냈고, 펭귄은 힘들어도 발을 내딛을 수 없어도 부리로 쪼아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내 앞으로 나아가서 푸른 지평선이 이어져 있는 바다를 찾아낸 게 인상깊었다. 어렵고 힘들어도 계속해서 버티고 노력하면 자신이 찾고 있던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긴긴밤'을 읽는 동안에 아이들은 '우리'라는 개념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코뿔소가 키웠으니까. 펭귄이 되는 것 보다는 코뿔소가 되는 게 더 쉬어요.’알에서 나온 펭귄이 노든과 함께 바다를 찾아 떠다니면서 노든이 자신의 바다를 찾았을 때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어야 한다고 혼자 자신만의 바다를 찾으러 가는 것이 노든이 코끼리 보육원을 떠날 때 자신은 훌륭한 코뿔소가 되려고 코끼리 보육원을 떠난 것과 비슷해 보여서 더 슬프고 이제 자신만의 바다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펭귄이 대견해 보였다.
그리고, 이름 없는 애기 펭귄을 도와주는 동안에 자신들이 받은 도움들도 떠올려 보고, 스스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별과 성장을 직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도 이름 없는 펭귄처럼 복수를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친구도 복수를 한다고 했는데, 복수를 성공해도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너무 이상하게 생각했다"
더불어 코뿔소 '노든'이 이야기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가지고 가는 '복수'라는 것에 대하여 아이들 스스로 새로운 관점을 가지기도 하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러한 생각 전환의 기회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긴긴밤'을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