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_ 프레드 울만 . 열린책들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 쯤 되면 사춘기적 증상들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물론 여학생들이 좀 더 일찍 나타나고 남학생들도 빠른 아이들은 조금씩 눈빛과 행동과 말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지요. 마냥 긍정적이고 해피엔딩인 이야기들이 시들시들해질 때이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마음의 동요와 방황이 일어나고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동급생 >이라는 책 속의 주인공 ‘한스 슈바르츠’와 ‘콘라드’는 16세 사춘기 소년입니다. 나치즘의 발흥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유대인 ‘한스 슈바르츠‘와 독일 백작 소년’ 콘라드‘의 우정의 시작과 끝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하고 있다’가 아닌 ’보여주다‘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맞아요. 작가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폭의 그림을 자세하게 보여주듯이 주인공을 묘사하고 배경을 묘사해줍니다.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주인공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게 되지요. 수업 시간에 ’묘사하기‘의 글을 쓸 때 본보기로 삼아도 될 만큼 훌륭한 묘사를 보여줍니다.
독일 백작 소년 ‘콘라드’가 전학 온 이후 주인공인 ‘한스’는 친구로 삼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 친구의 영광스러운 이름에 끌렸고, 당당한 자세와 예의바름, 그리고 우아함, 잘생긴 용모에 끌립니다. 자신의 친구의 이상형에 걸맞은 누군가를 찾아낸 것이지요.
하지만 , 방법은 무엇일까요?
돋보여야 한다
한스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뭔가 할 말이 있다고 생각될 때마다 벌떡벌떡 일어납니다. 열띤 토론을 하고 체육시간에도 갖은 열정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수집품인 동전으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드디어 ‘콘라드’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합니다. 이러한 관심만으로 친구가 되기는 어렵지요. 친구가 되기까지의 마음은 몇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그는 머뭇머뭇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를 앞지르기가 뭣해서 걸음을 늦췄지만 멈춰 서지는 않고 계속 걸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고 그가 내 머뭇거리믈 오해할 수도 있었다. 내가 그를 거의 따라잡았을 때 그가 돌아서더니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인사를 건넸고 별안간에 나는 밀려오는 기쁨, 안도감, 놀라움과 함께 그 역시 나처럼 수줍음이 많고 친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 시간쯤 길을 따라 오르내렸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며 서로를 어려워했다‘
—- 책 속 문장
시대적 배경만 다를 뿐 학급의 아이들은 여전히 마음에 드는 다른 친구에게 다가가기에 똑같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섬세한 마음의 움직임을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은 겪고 있습니다. 친구 사귀기는 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강하게 공감받게 됩니다. ‘나는 괜찮다‘며 방어하며 인정하는 감정 상태를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인정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신분 차이에서 오는 모욕감과 당혹스러움도 잘 드러냅니다.
‘우리는 문제점들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풀어 보려고 했다. 부모와 상의해 본다는 생각은 아예 떠오르지도 않았다. 우리가 믿기로 그들은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고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사춘기 학생들이 겪을 만한 마음 상태를 공감하며 읽게 되지요. 나치즘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두 친구의 우정은 막을 내리게 되지만, 마지막 대반전의 결말은 강한 울림을 남기지요. 해피엔딩이 아닌 파격적인 결말에서 주는 울림은 더 강하고 더 지속적이지요.
학급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감정을 겪게 됩니다. 평온한 감정 상태를 0으로 보고, 아주 안좋은 경험을 -10 또는 아주 좋은 상태를 +10으로 볼 때 아주 싫다와 아주 좋다라는 표현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합니다. 싫고 좋은 표현은 다 하니까요. 친구를 사귈 때에는 그 사이에 세분화된 감정들을 잘 느끼고 그러한 감정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느끼고 쉽게 동화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극의 감정을 보여주는 상태보다도 뜨뜨미지근한 다양한 감정상태에서 잘 노는 아이들에게서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잔잔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고, 그러한 감정상태 속에서 친구 간에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성숙한 관계를 접할 수 있는 교양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