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3월까지, 나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
건국대 합격 통지서를 출력했다.
A4 용지 한 장.
"2026학년도 전기 석사과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회사 프린터 앞에서, 나는 한참 그 종이를 바라봤다.
기쁨보다 먼저 온 감정은 의외였다.
두려움.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합격은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선에 선 것뿐이었다.
입학식은 3월 3일.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대학원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왜냐하면 나는 알고 있다.
3월이 되면,
낮에는 회사 과장으로,
밤에는 석사과정 1학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주말은 과제와 논문으로 채워질 것이고,
새벽 2시는 다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3월의 나는 무너질 것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합격 발표 다음 날.
나는 노트를 펼쳤다.
"3월 전까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적어 내려간 목록:
1. 영어 - 논문 읽기의 기본
2. AI 교육 이론 - 현장 경험을 체계화하기 위해
3. 업무 AX화 - 회사 일을 효율화해야 시간이 생긴다
4. UI/UX 기초 - 교육 설계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5. 교육학 개론서 - 입학 전 최소한의 토대
5가지.
많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3월의 나는 더 힘들 것이다.
1. 영어 - 가장 무서운 벽
대학원에서 읽을 논문의 80%는 영어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나는 전문대를 나왔고,
영어는 토익 750점이 전부라는 것.
학부 논문 하나 제대로 읽어본 적 없다.
그래서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
영단어 100개.
하나하나 발음하며 외웠다.
걸어서 출근하는 아침 출근길은 영단어 시간이 됐다.
"이 단어들이 3월에 나를 살릴 거야."
그렇게 믿으며 매일 반복했다.
2. AI 교육 - 현장은 있는데, 이론이 없다
나는 회사에서 기업 대상 AI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한다.
ChatGPT 활용 교육 과정.
Perplexity로 업무 효율화 프로그램.
AI 도구를 실무에 접목하는 워크숍.
자리에 앉아서, 교육 과정을 기획한다.
어떤 순서로 가르칠지, 몇 시간씩 배분할지, 어떤 실습을 넣을지.
그런데 커리큘럼을 완성하고 나면,
나는 항상 불안했다.
"이게 정말 효과적인 순서일까?"
나는 경험으로 '이렇게 하면 괜찮더라'는 감각은 있다.
하지만 '왜 이 순서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없었다.
학습자가 어떻게 배우는지,
어떤 단계로 구성해야 효과적인지,
평가는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나는 감으로만 알 뿐, 이론적 근거가 없었다.
3월까지 해야 할 일.
교육학 이론서를 읽으며, 내가 현장에서 설계해온 것들을 재해석하는 것.
"내가 지금까지 짠 이 커리큘럼이, 교육학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
실무는 있다.
하지만 이론이 없다.
대학원은 그 빈칸을 채우는 곳이다.
3. 업무 AX화 - 시간을 만드는 전쟁
대학원을 다니면서 회사를 병행하려면,
하나는 확실하다.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미 시작했다.
회사 업무를 전부 AX(AI Transformation)화하는 작업.
예전엔 3시간 걸리던 일이 30분이 됐다.
수작업으로 정리하던 데이터가 클릭 한 번이 됐다.
"3월이 되면, 나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3월까지의 목표.
회사 업무의 80%를 자동화해서,
대학원에 쓸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
이건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4. UI/UX - 교육 설계의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결국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학습자는 곧 사용자다.
그들이 어떤 화면을 보고,
어떤 순서로 클릭하고,
어떤 피드백을 받느냐가
학습 효과를 결정한다.
그래서 시작했다.
UI/UX 기초서.
점심시간 45분이 독서 시간이 됐다.
읽으면서 깨달았다.
"좋은 교육이란, 학습자가 '생각하지 않아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설계구나."
이건 단순히 디자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교육 철학의 문제였다.
5. 교육학 개론 - 최소한의 무기
대학원 첫 수업.
교수님이 물을 것이다.
"여러분은 왜 교육학을 공부하려고 하나요?"
그때 나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설프더라도, 최소한의 언어로.
그래서 시작했다.
교육학 개론서 읽기.
솔직히 어렵다.
한 문장 읽고 다시 읽고, 또 읽는다.
하지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구나."
이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만 2주가 걸렸다.
하지만 이해하고 나니,
가랑비 프로젝트가 왜 교육이어야 하는지가 명확해졌다.
오늘도 책상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켜고, 타이머를 맞춘다.
합격은 끝이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