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전문대졸 석사 도전기#7

[시험] 면접장에서 - 15년 프로젝트를 5분 안에 설명하기

by 가랑비

2025년 11월.


교육대학원 면접 날.


지하철에서 내려 캠퍼스로 향하는 길,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곳에서 2년 뒤, 나는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 정확히는.


이곳에서 가랑비 컴퍼니의 COO가 될 준비를 할 수 있을까.



면접실 앞


대기실에는 지원자들이 앉아 있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지원자. 깔끔한 정장 차림의 현직 교사. 그리고 나.

30대 중반, 전문대 출신, 중소기업 과장.


서류를 보며 예상 질문을 되뇌었다.


"왜 이 학과에 지원했나요?"

"졸업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AI융합교육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나는 15년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가랑비 컴퍼니. 친구와의 약속. 2040년의 비전.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걸 면접에서 어떻게 설명하지?



"다음 분,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면접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교수 두 분이 앉아 계셨다.


"앉으세요."


의자에 앉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손에 땀이 났다.


"자기소개 간단히 해주시겠어요?"


연습했던 대로 말했다. 정보통신공학 전공, 중소기업 8년 경력, 교육 업무 담당, 전공심화 과정 수료 예정.


교수님이 서류를 보며 물었다.


"왜 이 학과에 지원하게 됐나요?"



5분이라는 시간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사실 말하고 싶었다.


15년 지기 친구와 함께 204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랑비 프로젝트라는 생존 시스템을 설계 중이라고.

우리가 만들 교육 기업은 단순히 강의를 파는 곳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 사람들이 끝까지 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고.


자산·정신·건강의 시스템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고.

나는 그 회사의 COO가 될 것이고, 그러려면 교육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하지만 그 모든 걸 5분 안에 설명할 수는 없었다.


면접실에서 "2040년 생존 프로젝트"를 꺼내면, 그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현실적인 답변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는 현재 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업에서 AI 관련 교육 요청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교수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ChatGPT 사용법 같은 생성형 AI 교육 요청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기업들은 단순한 AI 도구 활용을 넘어서, AI를 교육에 접목시키는 고도화된 프로그램을 원합니다. 맞춤형 학습 설계, 데이터 기반 교육 효과 측정, AI 튜터 시스템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저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대로 기획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게는 두 가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첫째, 교육학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둘째, AI 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


"그래서 이 학과에 지원했습니다. AI융합에듀테크는 제가 필요로 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의 질문


한 교수님이 물었다.


"졸업 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나는 대답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회사에서 AI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나는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육 기업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강의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로 변화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요."


다른 교수님이 미소를 지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인가요?"



가랑비를 꺼낼 수 없었던 순간


나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지금 이 순간, 가랑비 프로젝트를 말할 수 있을까?


자산·정신·건강 시스템? 2040년 생존? 중년 재기 프로그램?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안전하게, 하지만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15년 뒤면, 지금의 30-40대가 50-60대가 됩니다."


교수님들이 나를 집중해서 봤다.


"그때는 연금도, 일자리도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할 겁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대부분 사라지고, 특히 중년층의 구조조정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재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단순 자격증 취득이나 단기 기술 교육에 그칩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저는 그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을 만들고 싶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교육. 단순히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가르치는 교육이요."


교수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이네요."



면접 종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나는 말했다.


"저는 전문대를 졸업했습니다. 학사 학위도 전공심화 과정으로 겨우 따고 있는 중입니다."


교수님들이 서류를 다시 봤다.


"하지만 저는 이 학과에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게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교육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수님이 말했다.


"수고하셨어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합니다."



면접실을 나오며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창백했다.


15년 프로젝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가랑비 컴퍼니도, 친구와의 약속도, 2040년 비전도.

나는 그저 "기업 교육 담당자가 공부하러 왔다"는 안전한 답변만 했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말할 수 있었을까?


"저는 붕괴하는 한국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치려고 지원했습니다"?


그들은 나를 믿었을까?



캠퍼스를 걸으며


캠퍼스를 나오는 길.


노란 은행나무 잎들이 여전히 바람에 날렸다.


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면접 끝났어. 잘했는지 모르겠다."


친구가 답장했다.


"합격하든 안 하든, 우리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넌 이미 시작했잖아."


나는 멈춰 섰다.


맞다.


합격이 목표가 아니다.

가랑비 컴퍼니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학원은 그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나는 다시 걸었다.



그리고 지금, 기다림


지금 이 순간, 나는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떨어질 수도 있다. 전문대 출신이 명문대 대학원에 붙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떨어져도 괜찮다.


다시 쓰면 된다. 후기 모집에, 아니면 내년에.


왜냐하면 나의 진짜 목표는 학위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시스템은,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매일 밤 새벽까지의 공부.

주말 도서관에서의 시간.

친구와의 약속.


이 모든 것이 이미 가랑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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