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슬픈 합창
오랜만에 뵌 부모님의 작아진 키에 마음 한켠이 아릿했던 적 있는가. 꼿꼿했던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한때는 올려다보던 키가 어느새 비슷해지거나 더 작아진 모습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곤 한다. 우리의 키는 왜, 야속하게도 시간을 따라 줄어드는 걸까.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35년간에 걸친 추적 조사 결과는 30세 무렵부터 키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0세까지 남성은 평균 3cm, 여성은 5cm 정도 줄어들고, 80세가 되면 그 폭은 더욱 커져 남성은 5cm, 여성은 8cm나 감소한다.
한때 하늘을 향해 쭉 뻗었던 우리의 성장이 멈추고, 이제는 조금씩 땅으로 스러지는 듯한 이 변화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몸을 지탱해 온 뼈, 연골, 근육이라는 세 기둥의 노화가 빚어낸 슬픈 합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뼈'다. 20대 중반까지 끊임없이 성장하며 우리 몸을 굳건히 지탱했던 뼈는, 40~50대가 되면 새로운 뼈를 만드는 속도보다 낡은 뼈가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골밀도가 점차 감소한다. 뼈는 점점 약해지고, 작은 충격에도 미세한 골절이 쌓인다.
하버드대학교의 마리안 하난 교수는 이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매트릭스"라고 표현하며, 골량 감소가 쌓여 골다공증으로 이어지고, 척추뼈 여러 곳의 골절은 키를 무려 20cm나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뼈가 약해지는 것 외에도 구부정한 자세는 척추 마디마디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전체적인 키를 낮춘다. 게다가 척추뼈 사이의 연골 역시 노화로 인해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지면서 키 감소를 부추긴다. 근육의 감소, 즉 근감소증도 간과할 수 없다. 뼈 구조를 약화시키고 골량 감소 위험을 높이는 근감소증은 골다공증과는 달리 특효약이 없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젊음의 상징이었던 탄탄한 근육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야속하게도 힘을 잃어간다.
줄어드는 키는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호흡기 계통 문제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하난 교수는 키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건강 이상의 조기 경보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키가 줄어드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마치 오랫동안 짊어져 온 삶의 무게만큼, 우리의 뼈와 근육이 조금씩 닳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뼈와 근육은 꾸준한 관리와 노력으로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은 이미 줄어든 키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욱 꼿꼿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부모님의 작아진 키를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은 이제 우리 스스로를 돌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용한 외침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