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가르치는 건물주의 성장 스토리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평생 해야 할 지랄을 다 해야 멀쩡하게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라 한다. 누가 만든 건지 진짜 잘 만들었다. 개그맨들이 유행어 하나로 평생 먹고살 만큼 돈을 번다는데, 이 말을 만든 사람도 이거 특허라도 내서 평생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격하게 공감하는 말이다. 사춘기 앓이를 끝나면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한다는 재밌는 표현이다.
55세 평생을 살면서 난 그간 무슨 지랄을 하며 지냈는지 이참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대체로 얌전한 편이라 순하고, 선하고, 차분하고, 합리적인 범주 안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람이 소위 곤조라는 게 있어 여러 지랄을 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중에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단다. 연애 경험이 없으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의 남자가 비주얼이 훌륭하면 우선 홀랑 반한단다. 이른바 금사빠!.
아들 학창 시절, 친분을 쌓은 학부형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참한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모임, 두 번째는 임원 활동으로 학교에서 진두지휘하는 소위 기센 엄마들의 모임.
물론 내가 현모양처는 아니지만 수수한 평범한 엄마들 모임이 훨씬 어울릴 듯한 외모임에도 의외로 기 센 엄마들에게 더 끌렸다. 지금 같으면 절대 어울리지 않을 사람들인데 그땐 왜 그렇게 그 아줌마들이 좋아 보였는지... 그때 한 지랄했다.
그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모르면서 아는 척, 없으면서 있는 척까지 척척척... 아이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랄 입문 단계라고나 할까.
이 정도면 그나마 먹고 쓴 돈과 시간 낭비로 바꿨다 치지만, 내 눈앞에 놓인 현실은 산더미처럼 쌓인 옷이다. 옷방이라 해봐야 옷 몇 가지뿐인 이름만 옷방이었던 방이 어느덧 방 하나를 가득히 메우고도 모자라 뜯지도 않은 옷 봉지만 해도 몇 개나 된다.
지랄도 지랄도 이런 지랄이 또 있을까.
그 돈이면 적금 통장을 몇 개라도 만들어 목돈을 만들었을 텐데... 지랄을 돈으로 하고 있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사하면서 방에 있는 옷 반을 버리고 이사했어야 했다.
내 지랄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에서 밥을 하지 않는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학원 몇 군데를 다니게 되니 식사할 시간이 부족해 사 먹였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
화나서 밥 패스, 기분 좋은 일 있어 특별한 곳에서 식사해야 하니 패스, 어떤 음식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 패스, 산더미처럼 장 보고 오니 힘들어서 또 패스.
가지가지 핑계란 핑계는 다 대며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다. 사 먹는 음식이 얼마나 비싼 건데,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하면 어이도 없고, 돈개념도 없고... 지랄도 또 이런 지랄이 없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 먹는 음식은 언제나 정량 이상을 먹게 한다.
두 개 이상을 주문하니 과식에 당연히 살이 찐다.
그럼 그다음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려고 밖에 나가 운동해야 한다.
집안 정리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면 소화도 되고 집안도 깨끗하고 일석이조일 것을, 집안일은 안중에도 없이 아들 학원 보내고 운동하러 나간다.
그럼 늦은 시간에 집 정리하게 되고, 늦게 잠을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아들을 학교 보내고, 악순환이 이런 악순환이 없다.
계획도 없고 개념도 없고.
지랄도 지랄도 이런 최악의 지랄이 또 있을까!
그랬던 내가 지랄을 멈췄다.
드디어 총량을 다 채웠나 보다. 내 나이 45세쯤.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아들이 지역 명문고에 입학하면서 더 이상 엄마 역할은 필요하지 않았다.
돈 있는 엄마, 경제력 있는 엄마가 필요할 뿐, 집에서 아들 오기만 기다리는 엄마는 필요 없다.
엄마의 일이 없어졌다.
나의 정체성이 바뀌어야 했다.
돈 버는 엄마로. 돈 잘 버는 엄마면 더 좋다. 재력이 빵빵한 엄마면 금상첨화.
내 지랄은 아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끝이 났다.
남을 향한 눈은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나의 태세 전환에 지인들은 황당했을 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통화와 만남을 가졌으니...
그들에게는 너무도 미안한 일이지만, 그땐 나를 몹시도 사랑하고 싶었다.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졌다.
너무 많은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나를 위해 책도 읽어야 했고,
그간 손 놓고 있던 나의 일도 찾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공부도 해야 했고 바뀐 학원트렌드도 알아야 했고...
그렇게 지랄의 총량을 소진하고서야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에 몰입하기로 한다.
나를 향한 시간이 어느덧 10년이다.
얼마 전 학원 회식 중에, 실장님이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욜로족으로 재미나게 살았다고 한다. '내 인생에 내일은 없다'라며 버는 족족이 다 쓰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남자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를 하게 되고 비로소 결혼 준비를 하며 그간 살아온 방식이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제 겨우 나이 30살 안팎. 당연히 그럴 나이다.
젊으면 치장하는 게 먼저고, 한창 예쁠 나이에 즐기는 게 먼저인 나이가 그 나이다.
그 실장님도 나름 지랄에 총량을 다 하고,
결혼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오니 충만했던 지랄이 지랄임을 깨달은 거다.
내가 그랬듯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 그런 거 아이가!
이왕 겪어야 할 지랄이라면 빠른 나이에 하자.
늦은 나이까지 지랄을 하면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랄들 빨리 하고 철듭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