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1억 더 받겠다고 다시 나온 매물 이야기

1억 증액 사건

by 란스케이프

원룸건물 매입 후 나는 투자를 쉬고 있다.

대출이 아닌 전세보증금으로

부족한 금액을 충당했기 때문에,

건물매입이 끝이 아니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과정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었다.


코로나 이후 아파트가격이 폭등하여

정부에서는 모든 대출을 막았다.

50 평생 이상을 살면서 대출의 문턱이 이렇게 높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갈 수 있는 모든 은행을 다 들렀지만

대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생에서 꽤 쓰라린 경험 중 하나였다.


모처럼 여유 시간이 있어,

네이버부동산에 들어갔다.

그저 시장 상황을 보고 싶었다.


내 건물을 매입하기 전에,

후보로 두었던 상가건물들을 우선적으로 검색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물건이 나와있다면

그건 좋은 매물이 아니다.

건물이 좋지 않거나, 지역이 좋지 않거나,

가격이 좋지 않거나.


많은 물건들이 여전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상가건물이나 다가구건물은

아파트처럼 쉽게 거래가 되는 물건이 아니다.


더욱이 이런 건물은 임대료가 꾸준히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라 급매도 드물다.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처럼 정상 급매라는 타이틀을 붙일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래서인지 3년 전 봤던 물건들이 반갑기도 하고,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으로 짠한 느낌이 든다.


여러 개의 물건을 보던 중,

내 눈을 사로잡는 물건이 하나 있다.

편의상 그 건물의 이름을 '해피하우스'라고 하겠다.


해피하우스를 사기 위해 짧게나마 풍수지리를 공부했었다. 그 지역은 대학가를 끼고 있어, 수요가 안정적이고, 땅 모양이 네모반듯해서 건물구조나 주차장 배치까지 내 맘에 쏙 들었었다.


그런데 단 하나, 건물이 막다른 곳에 위치했다는 것.


풍수지리에 의하면 막힌 길 끝에 있는 땅은

기운이 정체되어 길하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고 반듯한 땅의 장점은

정도의 하찮은 단점 따위는 충분히 상쇄할 만큼 좋게 보였다.


'해피하우스'를 소개해준 A사장님이 있다.

나의 또 다른 멘토이다.

그 일대에 3천 평의 땅과 다가구건물 3채 외에

다른 부동산도 다수 소유하신 거부다.


그분의 도움으로 건물 보는 눈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이미 많은 건물을 봤고,

마음의 결정만 남은 상황에 계약을 미룰 이유는 없었다.

모든 준비 완료된 상황이었다.


어느 날 A사장님이

"계약하기 전 몇 군데 중개업소를 다니며,

시세를 더 알아보면 큰 공부가 될 겁니다."라고 말하며

계약을 만류하셨다.


내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것이 훨씬 안전할 테니 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작이 어렵지 꽂히기만 하면 직진하는 나는야 행동파 여성!'


그다음 날로 이곳저곳 중개업소를 들렀다.

서글서글한 중개업소 사장님과 인연이 되어,

서늘한 가을 어느 날,

건물 이것저것을 임장 하며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해피하우스'를 그 중개업소 사장님도 매물로 가지고 있어서,

그 해피하우스를 제외한 모든 건물을 둘러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글서글한 웃음 뒤에 숨은 계산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해피하우스로 마음을 정해서인지

10개 남짓 건물을 봤으나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꼭 이미 신랑감을 정해 둔 처자처럼 말이다.ㅎㅎ


그렇게 임장을 하고,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이유가 없어

계약금을 '해피하우스' 소유주에게 보내려고 하는 순간,

청천벽력 같은 전화가 A사장님으로부터 왔다.

"해피하우스 소유주가 1억을 올렸어요."


허걱! 이럴 수가.

이유를 물으니, 서글서글한 사장님이 중간에 끼어

1억을 더 받아 줄 테니 매도를 미루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 이렇게 중개업소에서 장난질을 할 수도 있구나.


부동산 매매를 수 차례 했으나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다.

상도의 예도 없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행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인공 파홈은 처가에서 장사하는 여동생과 말다툼을 한다.

여동생은 도시 생활이 낫다고 하고,

파홈은 농부에게 필요한 건 땅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악마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악마는 그를 시험하기로 마음먹는다.

파홈은 인근의 땅을 시작으로 주변 많은 땅을 소유하면서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중, 그는 ‘바시키르족’이라는 유목민들이 사는 지역에 땅이 매우 싸고 넓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곳의 족장은 말한다.

“하루 중, 해가 떠 있는 동안

너의 발걸음으로 둘러볼 수 있는 만큼의 땅을 단 돈 1,000 루블에 주겠다.

단,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만 하고,

돌아오지 못하면 땅도, 돈도 모두 잃게 되네.”


파홈은 욕심이 생겨 되도록 많은 땅을 차지하려

큰 원을 그리며 걷기 시작한다.

파홈은 더 좋은 땅을 욕심내며 걷고 또 걷는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지고,

그는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상태로 달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터질 듯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는 "이 모든 수고가 헛될 수는 없어!"라고 외치며 달린다.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그는 가까스로 출발점인 언덕 위에 도착하지만,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고 만다.

그의 하인이 삽으로 무덤을 파서 묻는다.


그가 차지한 땅은?

단지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6피트짜리 무덤 한 칸이었다.


1억 더 비싼 가격에 매도하고 싶었던 해피하우스의 소유주나,

본인 손님(해피하우스에 한해서)도 아닌 나를,

남 주기에는 아까웠던 못된 심보를 소유한 중개업소 사장님이나,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공(空)이 되었다.


결국, 해피하우스는 다시 시장에 나왔다.

그것도 1억 싸게. ㅎㅎ 지랄도, 지랄도...


언젠가는 해피하우스도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날 거다.

그땐 매수세가 붙었을 때 사탕발림에 놀아나지 마시고

잘 파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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