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피라미 잡고 놀던 놀이터

by 황금바늘

2021년 석촌호수는 번쩍이는 조명과 롯데타워가 버티고 서있는 화려한 곳이다.

나의 어린 시절 석촌호수는 비릿한 냄새가 나고 피라미가 넘쳐나던 곳이었다.

70년대 후반 호수의 테두리는 미끌거리는 진흙이 밟히며 물속이 보이는 맑은 곳에는 두 손을 넣어 피라미들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 피라미들은 잘 잡혔지만 미안하게도 이틀을 살지 못하고 물병 속에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고는 했다.

오래 살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물고기가 신기해서 자꾸 잡아오고 또 죽고를 반복하다가 그만 잡아오게 된 일이 있었다. 해마다 석촌호수에서 일어난다는 익사사고와 물귀신 때문이었다. 호수 밑바닥에서 지나가는 총각을 끌어들이는 처녀 귀신이 물속을 끌어당기려 돌아다닌다는 어른들의 괴담을 듣고 한동안 석촌호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피라미들이 귀신이 되어서 찾아오면 어쩌나, 이번 여름에는 둘이 죽었니 어쩌니 하는 소문에 어스름한 저녁부터 혼자 있지 못하고 식구들이 있는 곳에서만 앉아 있었다.

술을 마시고 수영을 하던 젊은이들이 익사한 사고가 TV 뉴스 시간에 나왔다고 과장된 말투로 친구와 함께 떠들며 사람을 끌고 들어간다는 호수의 검은 그림자를 찾아보려 힐끗거렸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 호수는 조용하기만 했다.

어른들은 처음 석촌호수를 개발한다고 시멘트를 호수에 둘러 제방을 만들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호수에서는 썩은 내가 나기 시작하고 물고기들이 살지 못했다. 다시 시멘트를 벗겨내고 호수를 두르는 갈대와 나무들을 심었는데 이번에는 제법 오래갔다. 8자 모양의 호수가 서로 물이 돌아가게 해야 물이 썩지 않는다고 공사를 다시 해야 할 즈음에 롯데월드가 들어섰다.

처음 놀이동산의 오픈 전에 롯데는 주변 거주민들 거의 모두에게 자유 이용권을 우체통에 몇 장씩 넣어 주었고 얼마의 가격이 매겨진 표인지도 모르고 난생처음 엄마와 함께 열 가지가 넘는 놀이기구를 타며 하루를 신나게 보냈다. 살면서 아이들을 놀게만 했지 정작 본인은 놀이동산에서 처음 즐겨본 엄마는 몸살이 났고 우습게도 비슷한 시기에 놀이동산을 다녀와 같이 몸살이 난 동네 엄마들이 롯데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 계단에서 웃어댔다. 점점 석촌호수는 롯데의 수질개선 공사와 함께 유람선이 다니고 거위가족이 자리를 잡으며 세련되게 변해갔고 해마다 점점 크게 자란 왕벚나무들은 꽃을 가득 피우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얼마 전 동호 서호가 만나는 가운데 다리 아래에는 꽤 오랫동안 없었던 중간 가교가 생겼고 8자 모양의 호수는 길을 건너가기 쉬워졌다. 조금씩 다듬어지면서 변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 가족들과 폼 잡고 찍은 배경의 석촌호수는 그 모습이 매번 다르다. 그 사진 속에는 지금과 비교해 없는 것이 더 많았다. 매직 아일랜드도 없고 중간 다리도 없고 몇 번이나 공사를 하고 바뀐 무대 시설과 의자도 없다.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많던 호수는 여섯 식구 모두 함께 쑥을 캐러 일렬로 걸어가던 추억과 소풍처럼 나들이를 나와 함께 찍은 사진들로 남았고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잠실역도 점점 복잡해지고 호수에 외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도 제법 많이 찾아오고 호수 주변의 꽃이 만발할 때 행사들과 인파들에 점점 파묻혀가는 기분이 들어 찾지 않게 되어갔다.

2020년은 코로나를 빼고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주었는데 게을러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벽 호수 산책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새벽 두시쯤 인적이 드문 호수는 우리를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잠시 마스크에서 해방을 시켜 주었고 옛날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게 해 주었다.

호수의 겉모습처럼 우리도 참 많이 변했고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불꽃놀이를 눈앞에서 보여주었던 석촌호수는 타워까지 합세해서 화려함이 더해져 또 다른 이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거칠고 냄새나던 그때의 호수가 그립기도 하다. 가족들이 함께 뜯은 냉이와 쑥은 참 향이 진했는데 시장에서 사서 넣은 쑥국은 아무 향이 나지 않으니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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