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한 웰시코기
우리 집엔 털 뿜는 기계가 산다. 이름은 메주.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는 귀여운 웰시코기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진 녀석의 털이 그저 사랑스러운 부스러기였다. 매일 돌리는 청소기, 몇 번의 돌돌이질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배밀이를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아기 발가락 사이에서 발견되는 정체 모를 까만 털 뭉치, 놀다가 얼굴에 붙은 털을 손으로 떼어내는 아기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한숨을 내쉰다.
털과의 전쟁보다 더 힘든 건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아기를 안고 시장에 나갔을 때였다. 한 할머니께서 다가와 아기를 보며 “아이고 예뻐라” 하더니, 이내 “아기 기관지에 안 좋으니 강아지는 다른 데 보내지 그래?”라고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허허 가족이에요"라고 웃어넘기지만, 속으로는 답답함이 밀려온다.
사실, 대부분의 강아지 털은 크기 때문에 사람의 기관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한다. 코털과 기관지의 섬모가 걸러내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문제가 아니라면 강아지 털이 아기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가 알레르기나 천식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이런 과학적인 사실을 일일이 설명해 드리기보다, 나는 그저 미소로 답할 뿐이다.
메주는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다. 아기가 처음 뒤집기를 성공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축하해 준 것도 메주였다.
아기가 낯선 소리에 놀라 울 때면, 곁에 누워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도 메주였다. 털과의 전쟁, 어른들의 잔소리는 힘들지만, 메주는 우리에게 온전한 가족이다.
그렇기에 힘들다고 해서 다른 곳에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 모든 무게를 감당하는 게 버겁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파도 산책을 나가고, 육아와 집안일에 치여 무너질 것 같을 때도 있다. 하지만 너와 내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주는 행복이 모든 힘듦을 덮어준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견디는 힘은 우리가 서로에게 가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