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고자 하는 마음은 사실 본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에 대한 의심, 서운함, 분노 및 서러움 등의 감정은 '증오'라는 감정의 씨앗을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다. 이러한 씨앗은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 '미움'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다. 살아감에 있어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이는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지만, 우리들은 최대한 많은 이들을 좋아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한다. 아픔을 감내하는 법도 배우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고자 감정이나 언어를 절제하는 습관을 터득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간다. 하지만, 때때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배신, 기대에 대한 미충족, 이별 등의 이유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기도 하고, 품기도 한다. 우리가 그 누군가에 대한 증오의 씨앗을 키워나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절대적인 가치가 나빠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다. 더불어 많은 이에게 사랑받고 싶다. 이러한 인정과 애정의 욕구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보듬어 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어리고 미련하다. 즉,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부정적인 감정이 자꾸만 들곤 한다. 사람이 미워 보이고 세상이 싫고, 모든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이러한 예민한 상황일수록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주변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 내가 단지 나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누군가에게 서운하거나 속상한 감정을 품은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증오의 씨앗을 가장 잘 자라나게 하는 환경은 무지에서 비롯된 의심과 잘못된 감정의 분출이다.
새해가 시작된 이래로 처음 결심한 것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하지 말자.'였다. 그 사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거나 혹은 있었을 것이며, 나 이외에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것이기에 최대한 이해하고자 하였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그러한 결심에 대한 의구심이 자꾸만 떠오른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결국 상처를 감내하고, 상처 입는 것은 나뿐이지 않을까.' , '다른 사람 이외에 오로지 나만 상처받는다면, 이것은 옳은 것일까.' , '나라는 개인적 주체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공리적으로 많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 올바른 순리인 것인가.'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는 것. 내 안에도 증오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글은 어쩌면 내가 나에게 전달하는 한 장의 낡은 편지이자 오래된 명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시작한다면,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오래된 구절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해서 시작하지 않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내 안에 깊게 자리 잡고 뿌리내린 그 커다란 증오의 씨앗에게 주기적으로 물을 주는 것. 이것보다는 오히려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이 해당하는 이야기 일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은 참 단순한 생물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화가 나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거나, 며칠이 지나면 내가 정확히 어떤 일로 인해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곤 한다. 일종의 자기 방어적 의식일 수도 있으나, 분노라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글을 쓰며 누군가를 미워하고자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이 행위가 나의 씨앗에게 거름과 물을 주던 것을 멈추어주길 바란다.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이 하염없이 그 커다란 씨앗에 물과 거름을 주는 것이 아닌, 씨앗에 밀려 달아난 다정함과 따뜻함의 묘목의 위치를 올바르게 재정립하길 바란다. 그리한다면 증오의 싹이 아닌 부드럽고도 따뜻한 줄기를 타고 세상 환하게 빛나는 잎들이 나의 마음을 환히 비추어줄 터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