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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Jul 20. 2022

백수생활, 악몽에 시달리다

"아 너무 배가 고픈데 주위에 식당이 없나?"


저 멀리 식당이 보였고, 배가 너무 고파 발걸음을 재촉하며 식당 쪽으로 걸었다.

무슨 음식을 주문할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식당 앞까지 왔는데, 어라 이상하네 식당이 어디 갔지?

서둘러서 온 자리에는 식당이 아닌 그릇가게가 있었다.


내가 잘못 봤나?


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근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또 옮기고 

계속 이동해도 식당은 자꾸 그릇가게로 변해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릇가게에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무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여기 식당 아닌가요?"

"아닌데요?"

"이 근처에 식사를 할만한 공간이 없나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배가 정말 너무 고팠다.

밥을 먹고 싶은데 왜 자꾸 식당이 사라지지, 이러다가 굶어 죽는 것은 아닐까?

당황스러움에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 눈이 팍 떠졌다.


끔뻑

아 꿈이었구나, 그래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목을 가볍게 스트레칭하는데, 방금까지 내가 머물러 있었던 꿈속의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늘도 이쁘고 따뜻한 배경의 장소였는데 꿈 내용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뭐 별거 아닌 꿈이었겠지 

워낙 어릴 때부터 꿈을 자주 꾸기도 했고, 생각보다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이상한 꿈을 꾼 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그 이후로도 자주 이상한 꿈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검정 무리에게 쫓겨서 밤새 도망 다니기도 했고, 누군가가 문 손잡이를 밤새 비틀거나 문고리를 계속 열어서 정체모를 대상과 밤새 필사적으로 싸워냈다. 


"돈 귀신이 꿈속에서 너에게 오는 거 아냐, 돈을 벌어라! 놀지 말고!라고 꿈에 나오는 거 아냐?"

"정말 피곤해 요즘, 진짜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꿈 꾸나"

"네 성격에 통장 잔고는 자꾸 줄어들지, 생각보다 취업은 힘드니까 더 그런 꿈 꾸는 거 같은데? 근데 난 다른 꿈보다 배고파서 식당으로 달려갔는데 그릇가게로 변한 건 좀 으스스하다 그냥"

"취업을 해야 이 이상한 꿈을 그만 꾸려나"

"그러게, 좀 지원할만한 여행사는 있어?"


친구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처음에는 국내 대기업으로 뽑히는 여행사를 목표해서 채용정보도 알아보고 수시채용하는 곳에 서류도 넣어보았지만 썩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점점 마음이 초조해져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소기업 등 직판 여행사 쪽으로 서류를 넣고 있는데 면접 전화를 받은 곳은 정말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어딘가 서류를 1곳이라도 통과하면, 면접 때 나의 이 열정을 보여주겠다고 불타올랐던 다짐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고 아무 대책 없이 그냥 회사를 퇴사한 게 실수였을까 하는 후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 금융회사 입사, 회사에서 일하며 야간 전문대에서 관광경영학과 전공 그리고 그 외에 항공 발권 토파스 수료 자격 보유하고 있는 거 외에 여행사 경력 전무. 


작은 여행사에서 일해 본 경력자도 많을 것이고, 이제 막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관광과 학생들에 영어나 일본어가 유창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회사 입장에서 그들을 두고 왜 나를 뽑으려고 할까.


퇴사하고 직장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외국어 공부를 좀 더 하고 여행사에 도전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관련 자격증을 지금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는데 나에겐 그만한 여유로움과 시간이 없다.

백수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째, 이제 한두 달 내에는 취업을 해야 했다.


우선은 다시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중소기업 여행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직판 여행사 중 한 곳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다. 일본 자유여행팀 팀원(신입)을 뽑는 공고였는데 느낌에 이곳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같았다. 


자유양식인 자기소개서에 일본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다녀왔던 경험,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이 나에게 준 영향과 나의 업무능력. 어떠한 부분이 자신 있는지 장점과 앞으로의 포부를 정성을 다해서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입사를 하게 된다면 내가 여행사에서 하고 싶었던 여행상품 및 목표에 대해 입력하고 마무리하였다.


작성한 부분을 읽고 또 읽고, 친구들에게도 피드백을 받으며 입사지원을 하였는데 그 뒤로 2주가 넘도록 전혀 소식은 없었다. 아 정말 여행업계는 나를 원치 않는 것인가.


기존에 일했던 금융권이나 고객응대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구해야 하는 것일까. 시무룩한 마음에 의미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입사 지원한 000 투어입니다"


와 드디어 연락이 온 것이다!

마지막에 지원했던 그 여행사에서!!!


"면접을 보고 싶어서 연락드렸는데, 일정이 언제가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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