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를 앞둔 팀장의 깊은 한숨

MZ세대 그들이 온다. 아니 왔다.

by Goahead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이 왔다.

회사 캘린더에 ‘송년회 논의’라는 일정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며, 나는 알았다. 또 시작이구나.


장 이상들은 목소리를 모았다.

“그래도 송년회는 저녁에 해야지. 1년에 한 번인데 술 한 잔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않는가. 우리 세대에게 송년회는 일종의 마침표 같은 거였다.

그래봤자 새해가 되면 다시 똑같은 월요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털고 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MZ 직원들은 단호했다.

“점심에 간단히 먹고 끝내면 안 될까요? 저녁은… 제 시간이라 좀…”

이해는 한다. 저녁 시간 소중한 거 안다. 나도 집에 일찍 가고 싶다. 일찍가서 육출(육아출근) 해야된단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둘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는 팀장.

요즘은 윗사람 눈치보다 아랫사람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시대.

팀장은 회의 내내 ‘저녁…? 점심…? 혹시 그냥 생략?’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은 시대.

그 변화가 참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그게 직장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는 걸 느낀다.


커피만 해도 그렇다.

고참이 커피 한 잔 사주면 예의상 비슷한 걸로 골라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 그럼 전 라지 아메리카노에 얼그레이 스콘 추가요!”

심지어 쿠키까지 괜찮냐고 묻는다.

물론 그 친구는 나쁜 의도가 아니라 그냥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한 것뿐일 거다.

하지만 커피값 계산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아… 내가 늙었구나.’


업무도 마찬가지다.

팀 전체가 써야 하는 예산 취합이나 본부 보고 자료 모으는 일은

솔직히 누군가는 해야 한다.

우리 때는 ‘네가 맡아라’ 하면 그냥 맡았고, 그게 조직 생활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요즘은

“왜 제가요? 제 업무도 바빠서 시간 안 나요.”라며 팀장에게 공손하지만 단단하게 항의한다.


그리고 아무 연락도 없이 메일로 업무 요청 띡 하나 보내놓고, 회신이 없거나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면

메신저로 "안녕하세요. 메일 보냈는데 못보셨나요."하는 항의성 톤의 워딩.. 이런 업무 스타일로 대하는 건 다른 팀뿐만 아니라 팀 선배도 예외는 아니다.

"메일 보내면 됐지, 꼭 따로 연락을 드려야되나요?"


틀린 말일까? 아니다.

그들의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가끔은 내가 겨우겨우 적응하고 있는 어떤 거대한 변화의 물살 앞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송년회 얘기 하나로 이 정도인데,

앞으로는 또 어떤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변할까.


나는 여전히 변화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세대 차이를 탓하기엔, 나도 나름 늙었지만 아직은 현역이니까.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까라면 까는’ 시절이 차라리 편했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땐 억울해도 방법이 명확했다.

이제는 억울한 마음과 이해하려는 마음 사이에서 방황해야 한다.


결국 팀장은 송년회를 어떻게 할까?

모르겠다.

아마 오늘도 고민하다가 회의 끝나고 혼자 남아

“하… 점심인가… 저녁인가…”

중얼거리며 캘린더만 들여다보고 있겠지.


나는 그저 그런 팀장 옆자리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우리의 직장 생활도, 세대 간 간격도, 송년회 메뉴처럼

어떤 누구의 취향에 맞춰 하나로 쉽게 정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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