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과가 좋은데 왜 마음은 무거울까

고과가 좋아도 웃을 수 없는 이유

by Goahead

"고과가 좋은데 왜 마음은 가볍지 않을까”

회사 생활을 농사에 비유하곤 한다.

일 년 내내 씨 뿌리고 물 주고 잡초 뽑고, 태풍 오면

같이 붙들고 버티는 게 직장인의 숙명이라고.

그 농사의 수확이 바로 고과다.

참 잔인한 비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이 동의하는 말이다.


올해도 그렇게 농사를 지었다.

어느 해보다 바빴고, 어느 해보다 지쳤다.

그래도 옆자리에서, 회의실에서, 야근하는 사무실 한 켠에서 같이 버티고, 같이 산 사람들 덕분에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나왔다.

과장 이상 그룹 최고 고과 S.


사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기쁨보다 먼저 떠오른 건

‘아… 이걸 어떻게 말하지?’라는 고민이었다.


고과는 상대평가다.

내가 S라는 건 누군가가 B이고, 누군가가 최저등급 D라는 뜻이다.

그게 제일 잔인하다.

특히 그 누군가가 나랑 같이 땀 흘린 동료들이라면.


며칠 전, 팀 동료가 내 옆에서 말했다.

“아… 저는 이번에 B 나왔어요.

우리 파트 이렇게 고생했는데 왜 인정을 못 받을까요?”


그 말이 내 심장을 기묘하게 쿡 찔렀다.

나는 최고 고과를 받았다는 사실을

입술 끝까지 삼키고 있었다.


다른 동료도 묻는다.

“형도 이번에 고과 별로죠? 다들 그렇다던데…”

그 눈빛에는 공감대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루 종일 같이 있었으니까,

서로의 고생을 너무 잘 아니까.


그런데 나는 그 공감대를 함께할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함께하는 척’도 쉽지 않다.

말을 흘리면 거짓말이 되고,

말을 하면 미안한 사람이 된다.


결국 며칠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의 기술만 늘려가고 있다.

입은 닫고, 마음만 계속 무겁다.


사실 다들 언젠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더 걱정이다.

‘고과 좋았다면서 왜 말 안 했어?’

‘우리가 바보야?’

'그냥 얘기하고 소주 한잔 사면 됐잖아'

이렇게 될까 봐, 그 한마디가 자꾸 목에 걸린다.


나는 고과를 잘 받았다. 고과를 잘 받으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하게 웃음은 덜 난다.

손에 쥔 성과는 가볍지 않은데

가슴 속은 유난히 무겁다.


직장인의 기쁨은 늘 반쪽짜리다.

누군가를 밟은 적도 없고 밟힐 것도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죄책감이 생긴다.

그저 함께 한 해를 버텨온 사람들이

나 때문에 씁쓸해질까 두려워진다.


회사에서는 늘 말한다.

“성과로 말하라.”

하지만 정작 나는 성과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올해도 수확은 끝났지만

농부의 마음은 도무지 편안해지지 않는다.

직장인의 농사는 풍년이어도 나누지 못하니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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