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 조직 또 바람에 쓸려간다.
연말은 회사가 한 해 동안 쌓아 올린 실적을 정리하는 시기이지만, 스탭 조직에서 일하는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조직 개편’이라는 이름의 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다.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요즘 회사들은 원가절감이라는 만능 키워드를 앞세워 임원 수 줄이고, 팀장 자리 줄이고, 팀을 통폐합하는 데 열을 올린다. 실적표보다 더 두렵다는 그 조직도 하나에, 내 소속 팀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문제는, 최근 3년 동안 우리는 그 비바람을 세 번이나 맞았다는 거다. 스탭 조직의 슬픈 숙명일까. ‘이 파트의 내년 농사거리는 명확한가 ?’ 하는 질문이 유령처럼 따라다니고, 팀장이 바뀔 때마다 업무의 무게와 의미가 미세하게 재조정된다.
팀장이 우리 파트 업무를 얼마나 비중 있게 보느냐에 따라 고과도 달라지고, 내가 일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진다. 조직도 하나가 바뀌면, 그동안 쌓아온 내부 신뢰도, 약간은 흔들리는 법이다.
올해는 좀 달랐다.
지금 팀장은 우리 파트를 단순한 'Support 조직’쯤으로 여기지 않았다.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했고, 필요할 땐 전면 일선에 중심으로 대해줬다.
어떤 회의에서는 “이건 이 파트 없으면 안 돌아가요”라며 내 역할을 분명히 남들 앞에서 말해주기도 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스탭 조직은 뼈저리게 안다.
그래서 ‘내년에도 좀 안정적으로 갈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던 찰나,
또다시 연말 특유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 파트… 이동할 수 있대.”
“이번에 팀장 자리 줄어들면서 여기저기 다시 일을 나눈다나 봐.”
이 짧은 문장들이 사무실 공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새 팀장이 오면 또 처음부터 ‘우리 파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PPT를 열어 길게 설명해야 한다. “아, 이 일은 왜 여기가 하는 거죠?”라는 질문을 다시 듣고,
또 다른 기준, 또 다른 우선순위, 또 다른 관점에 나를 맞춰야 한다.
1년 동안 신뢰를 쌓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신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재설명’해야 하는 그 노력이,
가끔은 일 자체보다 더 버겁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팀장과 더 오래 일하고 싶다.
업무를 대하는 시선이 맞았고, 우리 파트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팀장을 만나는 건 사실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 연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직장인은 결국 회사라는 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연말마다 마음을 새로 다져야 하는 건,
아무리 대기업 김부장이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팀장이 바뀌고, 조직도 바뀌고, 이름표만 바뀐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이사이에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 노력, 마음들이 조용히 녹아 있다.
그리고 나는,
올해만큼은 그 마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고,
조심스레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