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을 못한 선배들이란 벽
회사에서 버티는 힘이 뭘까.
돈? 복지? 워라밸?
다 맞지만, 그래도 직장인에게 가장 뜨겁고 가장 간절한 건 진급이다.
딱 한 번이라도 임원 자리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팀 공문에 내 직함이 하나 더 붙는 그 짧은 순간.
그게 인정이고, 그게 보상이다.
아무도 말 안 하지만, 그게 직장생활의 거의 전부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상한 벽에 가로막혀 있다.
내가 만든 벽도 아니고, 회사 규정도 아니다.
딱 하나, 진급을 못한 선배들이라는 벽.
40대 후반, 50대 초반 선배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팀장도, 임원도 “고과는 선배들 먼저 챙겨야지”라고 말한다.
“너는 아직 기회가 많잖아.”
“선배들 한 번은 밀어줘야지.”
그 말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니, 왜요?
일은 전부 내가 했다.
보고서, 자료, 밤샘, 일정 관리, 고객 대응.
심지어 선배들이 윗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들고 가는 그 프레젠테이션 파일도 내가 만들었다.
그분들이 한 건…
지적질, 숟가락 얹기, “팀장님이 좋아하시는 물에 빠진 닭 스타일로 알아놨습니다. 가시죠” 같은 저녁 술자리 멘트
그리고 골프, 골프, 또 골프.
그런데 고과와 진급은 그분들을 위해 양보하란다.
정말 억울했고, 깊게 화가 났다.
받아드려야 하면서도 받아 들여지지 않지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이러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겠지"
그리고 그때가 오면
난 사무실 구석에서 후배 눈치를 보며
팀장이 후배한테 말하는 “선배 한번 밀어줘야지”라는 말을 듣고도 모른척 할지 모른다.
그 생각이 가장 무서웠다.
마치 회사가 세대를 돌려 쓰는 느낌.
잘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버틴 사람이 이기는 구조.
그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신입사원 시절, 어느 선배가 했던 말.
“야, 언젠가 너도 나도 다 과장에서 만난다.”
그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지금은 이 말이 회사 생태계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문장이라는 걸 안다.
열심히 해도, 못 해도,
능력이 있어도, 없어도,
결국 같은 자리에서 잔뜩 모여 서로 순번 기다리는 곳.
그래서 더 두렵다.
그리고 더 억울하다.
그러나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양보하라는 말 앞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또 다른 숙명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