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숟가락만 얹으려는 사람들에 대하여...

직장에서 느끼는 대학 조별과제의 잔상

by Goahead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사람들에 대하여..

내가 요즘 가장 떠올리는 말은 이거다.


"이건 대학 조별 과제가 떠올라..."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외부행사. 해마다 있느 행사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

1년 중 두번째로 중요한 행사라는 무게감도 있고

'그냥 참석했다'가 아니라 '왜 참석했는지' 의미를 남겨야하는 자리이니까.


그래서 팀장은 준비조에게 미리 말했다. "준비사항, 이번 주 안에 보고해 주세요"


특히 중심에 서야 할 사람은 A, 시니어급 팀원. 직급만 보면 팀 내에서 가장 '알아서 잘 할 것 같은'사람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A가 만든 보고서는 포스터에 쓰여 있는 글자만 베껴서 붙인 수준이었다.

정보도, 인사이트도, 문제 인식도 없었다. 그냥 '포스터 jpeg를 텍스트로 옮긴 파일' 정도랄까


팀장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행사는 코앞. 다른 팀원들과 부랴부랴 보완해서 간신히 마무리 했다.

"일단 넘어가자... 지금은"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삼키는 주문처럼.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그리고 금요일, 팀장이 말했다. "오늘 중으로 결과보고 완료하십다. 서면으로"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장 운영하느라 바빴던 팀원들은 나서기 어려웠고, 준비조였던 A에게 다시 과제가 떨어졌다.


그리고 A는..

또 하나의 '작품'을 내놓았다. 보고서라고 부르기 민망한, 개판의 기록

그걸 보던 팀장은 결국 주말 작업을 선언했다.

"미안하지만 주말이라도 이번엔 제대로 완성해 주세요"


그런데 A는 연락이 끊겼다. 말 그대로 잠수. 카톡 상태1은 그대로.. 전화는 부재중.

프로 잠수러였다.

남은 사람들은 결국 또 모여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다 일요일 밤, 주말의 끝자락에 문득 불이 켜지듯 메시지가 왔다. A의 톡


"그 보고서 저한테 주시면 제가 마무리해서 보고할께요"


그 순간, 주말을 반납하고 보고서를 만든 팀원들과 함께 할말을 잃었다.

"이건.. 아니지 않나?"

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장면을 어디서 보았는지 곰곰이 떠올리다가,

문득 대학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조별과제


딱 그때 그 모습

자료조사 안하고 회의를 불참하던 조원.

아무것도 안하던 조원이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죄송해서 그러니 자료만 주세요. 발표는 제가 할게요"

심지어 발표도 못했다.


직장은 대학과 다르다고 믿고 싶었지만, 이렇게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때와 다를게 없다. 책임의 무게는 커졌는데, 일을 미루는 기술만 더 정교해졌을 뿐.


다른 사람들의 노동 위에 슬쩍 올라타서

마지막에 본인이 마무리했다며 생색내는 사람.

책임은 없고, 기여도는 낮은데

기회만 생기면 결과물 위에 사인하려는 사람.


우린 그런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계속 일해야 한다.

함께 일하고 조율하고 때로는 화내고 다음날이면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업무 메시지를 보낸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은 일보다는 이런 순간들을 삼키며 버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일도 우리는 말하겠지.


"일단 넘어가자.....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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