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과철. . 그렇게 난 노예가 되어 간다

팀장님 믿습니다. 오늘도 야근하면서...

by Goahead

팀장은 스마트 하다.

그간 14년의 직장 생활에서 만난 팀장 중 원탑.

보고서 한 장만 봐도 방향을 바로 잡는다. 일도 빠르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다.

본부장에게도, 다른 계열사에도 평판이 좋다.

그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게 복이라는 생각을 처음엔 정말로 했다.


팀장은 회사의 조직 통폐합 기조로 여러 파트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만큼 바쁘고, 그만큼 욕심도 많다.

그래서일까? 각 파트장에게 이런 말을 종종 던진다.


“나는 A파트가 제일 믿음직해. 이번엔 너희가 제일 잘하고 있는 것 같아.”

“B파트가 요즘 제일 열심이더라. 역시 믿는 사람은 다르네.”


듣는 사람마다 팀장에게 ‘믿음직한 사람’이 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진다.

나도 인정받고 싶고, 이번엔 진짜 내 차례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나에게도 그런 말을 한다.

고과철....그런 말과 동시에

“올해 고과는 내가 최상위로 추천할 거야. 근데… 조직 전체로 보면 좀 밀릴 수도 있어.”


추천은 하겠지만, 결과는 장담 못한다는 뜻.

그래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믿는다고.


그렇게 나는 11월 끝머리...

고과 통보가 되진 않았지만 고과 배정은 끝났다는 이 시기에

이렇게 또 퇴근하지 않는다.


밤 10시가 넘어가도 모니터 불빛에 비친 내 얼굴이 희미하게 보일 때까지 파워포인트를 붙잡는다. 이게 나의 ‘믿음의 표현’이다.


가끔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팀장이 날 믿는 걸까? 아니면 내가 팀장님을 믿고 싶은 걸까?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을 접는다.


생각해봤자 답이 없으니까.


내일 아침, 팀장이 또 웃으며 말할 것이다.

“역시 너밖에 없어.”

그 말 한마디면, 피로가 조금은 녹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야근을 한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걸까? 아니면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는 걸까?

팀장이 그룹의 차기 리더 교육도 받고 인정 받고 있는 것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능력인 것은 인정 할 수 밖에..

그리고 그 악마의 열매(우쭈쭈 열매로 명명) 같은 능력 내 언제가 가져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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