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전투다(feat. 삼남매)
삼남매를 키운다는 건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군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연애할 땐 사랑이 전부였다. 서로의 말투, 취향, 표정 하나에도 설렜다.
하지만 아이가 하나, 둘, 생각지도 못한 셋까지 되면서 사랑은 서서히 전우애로 진화했다.
이건 중·고등학교 같기도 하고,정확히 말하면 군대랑 닮았다.
힘든 시기에 힘든 일들을 같이 해냈다는 기억.
그 기억 하나로 우리는 같은 부대, 같은 소속이 된다.
새벽에 아이가 열이 39도를 넘어가고, 토하고 누군가는 묵묵히 수건을 들고
누군가는 약을 찾는다. 그리고 밤새 아이 옆을 지킨다.
그때 건네는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내가 할게.” 이 한마디가 요즘 우리 부부에겐 세상 어떤 고백보다 크다.
아이 셋이 동시에 칭얼대는 저녁엔 정신이 없다.
퇴근 후 집은 전쟁터가 된다. 첫째는 숙제를 미루고 놀고 있고, 둘째는 놀아 달라며 보채고, 셋째는 밥을 해야하는데 안아달라고 때를 쓴다.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언성은 어느덧 높아져 있으며, 버거움이 우리 부부를 덮친다.
그런데 밥을 먹이고 한숨 돌릴때 아이들이 갑자기 애교를 부리면..
눈이 마주친다. 아무 말 없이 둘이 웃는다.
그 순간 오늘 하루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르르 녹는다.
아이들이 일찍 잠든 날은 그야말로 군대의 휴가 같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맥주 한 캔, 같은 소파, 각자의 핸드폰 혹은 미뤄둔 영화, 드라마 한편
그 시간이 그렇게 달콤하고 그렇게 소중하다.
“우리 오늘은 좀 평화롭다.”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나는 엄한 고참이 된다.
목소리는 낮고 단호하게 군기를 잡는다.
그러면 와이프는 친한 고참 혹은 동기처럼
아이들을 감싸준다.
“그래도 네 마음은 이해해.” 이젠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다.
이것도 오래 함께한 부대의 호흡이다.
요즘은 딩크의 시대라고 한다.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부 사이를 이어주는 오작교이자 메신저다.
서로 말이 줄어들 때 아이 이야기로 다시 연결되고 서로 지칠 때
아이 덕분에 다시 웃는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중간에 전역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
하지만 함께 버틴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삼남매를 키우며 우리는 연인이 아니라 전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전우애가 늙을 때까지 우리를 이어줄 거라는 걸.
오늘도 전우는 같은 집으로 같은 전장으로 함께 복귀한다.
"내가할께"라는 한마디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