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룹, 다른 하늘 아래에서

버티다 말라 죽을수도 있을것 같은 회사생활

by Goahead

같은 그룹, 다른 하늘 아래에서

소위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 같은 그룹사다.

어떤 곳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찍고, 주가는 신고가를 갈아치운다.

기사에는 “역대급 실적”, “성과급 잔치”라는 단어가 넘친다.

그리고 나는 같은 로고를 달고 있지만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에 있다.

이제 회사는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아주 혹독하게, 보여주기식으로…


본사에서 근무하던 공장 연관 부서들은 전부 지방 발령을 낸단다.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오던 수당들도 하나 둘 사라질 거라고 한다.

“효율화”, “체질 개선”이라는 말이 이렇게 차갑게 들린 적이 있었나 싶다.

요즘 구직 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본다.

경력직 공고는 눈에 띄게 줄었고, 그나마 있는 공고에는 지원자가 수백 명씩 몰려 있다.

경기가 얼어붙은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보다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었던 건지.

이직은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다. 한번 실패도 경험한 이력도 있다.

아이들의 아빠로,

아내의 남편으로,

집안의 가장으로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내년에도 이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용불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피부에 와닿을 줄도 몰랐다.

회사에서 곧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이 돌고 난 뒤부터 나는 매일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한다.

약속도 잡지 않는다.

누구보다 더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보고하고, 괜히 한 번 더 메일을 보내고,

나라는 사람을 끊임없이 PR하고 있다.


“저 아직 쓸모 있습니다.”


말로는 하지 못하는 그 문장을 야근과 메신저와 보고서로 대신하고 있다.

밖을 보면 세상은 참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코스피도, 미국 주식도 사상 최고치라 하고 금 값은 고공행진,

서울 집값은 또 올랐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제 직장에 미련 없다”, “투자로 돈 벌어서 회사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며 웃는다.

같은 그룹사 누군가는 최대 성과급을 받았다고 함박웃음을 짓고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자랑한다.

나는 그 웃음을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묘한 거리감을 느낀다.

우리는 정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나는 성과급은 커녕 다음 분기에 자리가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밤이 되면 아이들이 달려와 안긴다.

“아빠!” 하고 애교를 부리고 아내는 오늘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건넨다.

그 평범한 순간이 요즘은 유독 소중하고, 그래서 더 무섭다.

이 행복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속으로는 쓴웃음과 피로를 삼킨다.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아내가 걱정할까 봐.

오늘도 나는 내일을 담보로 하루를 버틴다.

같은 그룹, 다른 하늘 아래에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버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버티는 쪽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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