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한 5천 후반의 국산 픽업트럭인 신형 타스만 시승기

The new Kia Tasman Pickup Truck

by 한동훈

지난 6월에는 기회가 있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시승해 보았습니다.


The new Kia Tasman Offroader Pickup Truck (TK1)

Break the Orig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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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차량은 타스만 더블캡 익스트림 4WD 트림으로, 토우 히치 및 더블데커 캐노피 II 패키지(682만 원 상당)를 비롯해 드라이브 와이즈, 하이테크 패키지, 모니터링 패키지 등 주요 옵션이 모두 적용된 ‘풀옵션’ 모델입니다. 차량 가격은 총 59,120,000원. 글래디에이터나 콜로라도 같은 수입 중형 픽업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은 확실히 있습니다. 다만,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인 KGM 무쏘 스포츠(29,520,000원부터)나 무쏘 스포츠 칸(31,720,000원부터)과 비교했을 때는 분명 가격 차이가 존재하죠. 기본형 기준으로도 약 700만 원 가까운 격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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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쏘 라인업은 모두 디젤 엔진 기반이라는 점. 이는 연비 측면에선 장점이지만, 소음과 진동, 그리고 디젤 규제 강화라는 측면에선 분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타스만은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2.5L 가솔린 터보 엔진(세타3)을 탑재하고 있어,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질감, 그리고 탈디젤 시대에 걸맞은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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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의 단종 이후 16년 만에 기아가 다시 선보이는 보디 온 프레임(Body-on-Frame) 차량, 바로 신형 타스만입니다. 현대차가 2020년 북미에만 싼타크루즈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타스만은 대한민국 땅을 직접 밟은 첫 정통 픽업트럭입니다. 경쟁 모델로는 쉐보레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그리고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이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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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급 전장, SUV급 전고



우선 덩치부터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전장은 무려 5,410mm. 벤츠 마이바흐 S클래스(5,470mm)와 견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폭은 1,930mm로 제네시스 G90, 기아 EV9, 혹은 카니발 KA4 보다는 살짝 좁지만, 전고와 차고는 SUV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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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시야는 확실히 탁 트여 있습니다.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바라보는 도로 풍경은 마치 망루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차고가 높고 차체가 긴 만큼, 초보 운전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잠실 홈플러스처럼 좁은 지하주차장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숙련된 운전자라면 가능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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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들어서면 외관에서 느꼈던 ‘터프함’이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 위주의 디자인, 오프로더 특유의 실용성을 강조한 디테일,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그립감 좋은 손잡이 등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 혹은 계곡 오프로드 코스를 주행하는 듯한 상상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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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계기판과 와이드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며,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조작계는 기능성을 우선으로 설계되어 오프로드 중에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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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의 감성과 실용성, 그리고 시대에 맞는 파워트레인까지 갖춘 타스만은 단순한 픽업을 넘어, 오프로더와 라이프스타일 트럭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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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짐칸의 캐리어가 뒷부분을 가리므로, 디지털 실내 사이드미러가 들어갑니다. 화질도 상당히 좋으며 직관적입니다. (신기한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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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이 아반떼 하브/그랜저 같았다면, 타스만은 진짜 ‘트럭’이다


얼마 전 쏘카로 카니발 3.5 가솔린(페이스리프트 전)을 운전한 적이 있습니다. 스티어링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워, "이게 정말 2.5톤짜리 차량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심지어 아반떼 하이브리드보다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카니발은 아빠들이 주로 운전하겠으나, 엄마들도 꽤나 카니발을 많이 운전하기에 아마 염두에 둔 세팅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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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스만은 다릅니다. 스티어링 휠은 지금까지 타본 차량 중 가장 묵직합니다. 적지 않은 힘이 필요하고, 회전 반경도 넓습니다. 서스펜션도 단단하게 세팅돼 있어, 서울 도심에서 데일리카로 활용하기엔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반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곳에서는 이 단단함이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가족 여행용 장거리 주행엔 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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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된 파워트레인은 2.5L 세타3 가솔린 터보 엔진입니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f·m(1,750~4,000rpm 구간)로, 실주행에서 이 수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과속맛집인 잠실대교 1차선에서 시속 174km/h까지 가속해 보았는데, 중간에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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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시 느껴지는 감성도 독특합니다. 부드럽게 밀어주는 게 아니라, ‘으르렁대며 치고 나가는’ 느낌입니다. 마치 분노한 황소나 코뿔소가 전력 질주하는 듯한 느낌. 이전에 시승했던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가속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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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시 피칭, 그리고 실내 거주성



지상고가 높은 만큼, 급브레이크 시 피칭(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이 꽤 심합니다. 잦은 급브레이크 시 멀미 유발 특히 뒷좌석 승객은 멀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정속주행과 안전운전은 필수입니다. 오프로더 특성상 탑승 높이가 높아 승하차는 불편할 수 있는데, 젊고 체격이 좋은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중장년층이나 힘이 약한 분들에게는 사이드스텝 옵션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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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기능: 본격 험로 주행 준비 완료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지만, 스펙상 타스만은 정통 오프로드 주행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자식 2속 ATC, e-LSD, X-Trek 모드, 수심 800mm 도하 능력 등, 웬만한 산길이나 비포장도로는 문제없을 듯합니다. 차라리 평일에는 도심용 SUV를 타고, 타스만은 주말 레저 전용으로 쓰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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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만은 본격적인 오프로드 픽업트럭답게 좌측 토글 스위치를 통해 구동 방식을 손쉽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일상 주행에서는 뒷바퀴만 굴리는 2H(2WD High) 모드를 사용하고, 거친 비포장 도로나 진흙길에서는 네 바퀴 모두를 굴리는 4H(4WD High) 모드가 활약합니다. 상황에 따라 기계적 감각을 직접 느끼며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차의 정통 픽업 DNA가 잘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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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곳곳의 디자인 요소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벌집 모양의 에어벤트는 시각적으로 단단한 인상을 주며, 버튼 스위치와 각진 디테일들은 전반적으로 러기드(rugged)하면서도 튼튼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타스만의 인테리어는 결코 세련미를 앞세우진 않지만, 그 대신 ‘신뢰감’과 ‘내구성’ 이라는 픽업트럭 본연의 매력을 충실히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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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디스플레이 역시 흥미롭습니다. 최신 현대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대신,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디지털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8까지 또렷하게 적힌 RPM 게이지와 속도계는 모두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풍기죠. 개인적으로는 타스만의 보수적이지만 담대한 캐릭터와 이 레트로 감성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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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실망: 통풍시트 성능


단점도 있습니다. 통풍시트 성능이 지나치게 약합니다. 최고 단계로 올려도 도무지 작동하는지 체감이 어려웠습니다. 여름철 장거리 운전을 염두에 둔다면 이 부분은 명확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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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 선루프를 선호하지는 않지만 (파손 위험 및 고장), 타스만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 5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타스만이 추구하는 레저 활동이라는 핵심 가치를 고려할 때 선루프는 그야말로 ‘돈값을 제대로 하는’ 옵션이라고 확신합니다. 탁 트인 개방감은 물론, 쏟아지는 햇살 아래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은 타스만이 선사하는 레저 경험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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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캠핑이나 차박 등 야외 활동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거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등 선루프가 제공하는 다채로운 활용성에 깊이 공감하실 겁니다. 타스만의 진정한 매력을 경험하고 싶다면, 선루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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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판매하는 국산 첫 순수 픽업트럭


타스만은 가격을 생각하면 꽤 만족스러운 선택지라 할 수 있는 픽업트럭입니다. 오히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과거의 감성, 그리고 현재의 기술을 가장 균형감 있게 녹여낸 모델이 바로 이 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싼타크루즈가 도시적인 세련미와 라이프스타일, 즉 ‘레저 중심형 픽업’이라면, 타스만은 훨씬 정통적입니다. ‘픽업트럭 본연의 가치’—험난한 길에서도 짐칸에 화물을 싣고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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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그러합니다. 업무용 픽업다운 담대함과 단단함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올드하지도 않습니다. 실내 계기판 그래픽 역시 화려한 미래지향성보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성격이 강하죠. 그렇다고 해서 시대에 뒤처진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타스만은 ‘과거와 미래의 적절한 교차점’을 택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과 묵직한 정통 픽업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리어뷰 미러 같은 최신 기술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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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300마력을 넘기지 못하는 데다, 차체 길이가 무려 5.4m에 달하다 보니 도심 주행 연비가 5km/L 이하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픽업트럭의 숙명’ 같은 것이죠. 참고로 타스만의 차체 길이는 포드 신형 F-150 기본형(5330mm)보다도 더 깁니다. 차체 크기만으로도 이미 클래스가 다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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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예상했던 대로 이 차가 미국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치킨세(Chicken Tax)’라는 악명 높은 수입 관세 장벽 때문인데, 픽업트럭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대신 타스만은 한국이라는 작은 픽업 시장과, ‘픽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호주·뉴질랜드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을 내려서 기아 타스만은 "진짜 트럭"을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데일리카보다는 목적이 뚜렷한 차량입니다. 강력한 파워와 넉넉한 적재공간, 그리고 진짜 오프로드 성능을 원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이나 실내 편의성, 스티어링 부담감을 고려할 경우, 다소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차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픽업트럭이 가져야 할 미덕 아닐까요?



이상 제 시승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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