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의 아집을 내려놓고, 51점의 평온을 얻다.

부제: 완벽을 향해 달렸던 경주마가 발견한 '과반의 미학’

by 아빠 매니저

100점 만을 정답이라 믿었던 치열한 질주

나의 지난 62년은 100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달려온 경주마의 삶이었습니다. 45세에 찾아온 대장암 3기라는 절벽 앞에서도 나는 대장 26cm를 잘라내고 매일 12정의 항암제를 삼키며 '바를 정(正)' 자로 배변 횟수 하나까지 기록하는 지독한 완벽주의로 생존을 쟁취해 냈습니다. 세 번의 공공기관 자회사 CEO 자리와 현재는 400여 명 직원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그리고 2년 6개월 만에 일궈낸 경영학 박사 학위까지, 나의 성적표에는 늘 '최선'과 '완벽'이라는 단어가 100점의 점수로 새겨져야만 했습니다.

나는 내가 늘 옳다고 믿었습니다. 내가 쏟은 정성과 노력이 100점이라면, 그 결과 또한 100점의 보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것이 자녀를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정신과 의사로 키워낸 '아빠 매니저'의 자부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나의 100점이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채점표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폭풍우 속에서 발견한 ‘나만 옳다’는 아집


인생의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시린 겨울과도 같은 폭풍우는 내가 쌓아 올린 100점의 요새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구체적인 내막을 다 말할 수는 없으나, 가장 믿었던 이들에게 느낀 상실감과 현재 진행 중인 고독한 싸움은 나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빠 매니저, 당신의 100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

그 고독한 질문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아집'을 마주했습니다.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타인의 자리는 좁아졌고, 100점이라는 성과를 위해 내가 휘둘렀던 채찍은 결국 나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100점을 향해 달려갈 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어쩌면 0점의 고통을 견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기록하는 자는 패배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아집에 갇힌 기록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음을 고백합니다.


51점, 내가 나에게 허락한 첫 번째 평온


이제 나는 100점을 버리고 '51점의 만족감'을 선택하려 합니다. 51점은 과반을 간신히 넘긴, 어쩌면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나에게 거대한 해방감을 선물했습니다.

49점의 여백 : 100점에서 부족한 49점은 이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의 몫이자, 타인의 의지로 남겨두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타인의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과반의 진심 : 51점은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숫자입니다. 내가 쏟은 노력이 과반의 정직함만 유지할 수 있다면,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만족입니다.


수용의 리더십 : 400명의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습니다. 그들이 100점을 맞지 못하더라도, 51점의 성의를 보여준다면 그것을 격려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독자 한 명을 향한 진솔한 사자후


혹자는 이 글을 보며 성공한 리더의 배부른 자랑이라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자랑이 아닌, 무너진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려는 한 남자의 처절한 '자기 성찰 보고서'입니다. 독자가 단 한 명도 없다 하더라도, 내가 100점의 아집을 깨고 51점의 평온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치유되고 있습니다.


2026년 음력 새해의 문턱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사자후를 토합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세상을 향해 나를 증명하려는 외침이 아닙니다. 내 안의 아집을 씻어내고, 51점의 정직함으로 남은 생을 경영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100점의 성취가 나를 빛나게 했다면, 51점의 평온은 나를 비로소 살게 합니다. “

월, 수, 금 연재
이전 05화3. 소나무 청중 앞에서 배운 사자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