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나무 청중 앞에서 배운 사자후

부제: 짚에 묶인 달걀 하나가 일깨운 목소리의 생명력_리더의 목소리 얻다

by 아빠 매니저

산꼭대기, 가장 높은 곳에 차려진 나만의 무대

어머니의 석유 심부름을 하며 관용을 배웠던 그 흙벽돌집은, 나에게 가장 고독한 섬인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웅장한 공연장이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을 켜야 했던 그 적막한 산꼭대기에서, 초등학교 3학년 소년의 가슴속에는 '웅변'이라는 뜨거운 불씨가 지펴졌습니다.

집 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수천 그루의 소나무들이 나의 청중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솔바람 소리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였고, 어스름한 노을은 무대 조명이었습니다. 나는 그 소나무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사자후를 토해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금현동 어느 외딴집에서...!”

“........., 고 이승복 군의 반공정신을 잊으시지는 않으셨습니까????!”


당시는 반공과 멸공의 함성이 연단 위를 가득 채우던 시대였습니다. 3학년 소년이 생애 처음 소나무 청중 앞에서 내뱉은 웅변의 첫 구절은 바로 이승복 군의 이야기였습니다. 산이 떠나가라 내지르는 소년의 외침에 소나무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나의 꿈이 저 산맥을 넘어 세상 끝까지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외침이었습니다.

스승이 건넨 '목소리의 생명력', 짚에 묶인 달걀


연습이 깊어질수록 어린 소년의 목소리는 자주 갈라지고 상했습니다. 그때 나를 지켜봐 주시던 선생님이 건네주신 짚으로 묶은 달걀 한 꾸러미는 내 생애 최고의 훈장이었습니다.

그 시절, 짚에 묶인 달걀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스승의 전폭적인 신뢰였습니다. 날달걀을 삼킬 때 느껴지던 미끈한 감촉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덕환아, 네 목소리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라는 무언의 격려였습니다. 그 짚 꾸러미 속에는 리더가 가져야 할 당당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깨달았습니다. 리더의 목소리는 기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신뢰를 먹고 자라는 '생명력'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선생님, 그때 그 짚에 묶인 달걀 하나가 오늘날 어떤 시련 앞에서도 당당히 사자후를 토해내는 “아빠 매니저”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었음을 고백하며, 스승님의 고귀한 신뢰에 뒤늦은 감사를 올립니다.


CEO의 연단, 소나무 청중이 준 유산


산꼭대기 소나무들 앞에서 단련된 그 목소리는 훗날 3선 CEO로서 수백 명의 조직원을 이끌고, 경영학 박사로서 지식을 전파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리더의 자리는 늘 고독하지만, 400여 명의 생존권을 짊어지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나는 나를 묵묵히 지켜봐 주던 그 소나무들을 떠올립니다.


어떤 풍파 속에서도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소나무처럼, 내 목소리에는 늘 확신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인생의 연단에 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62년의 세월을 통해 얻은 진실과 생존의 기록들을 세상에 전할 준비 말입니다.


진실의 목소리는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주신 달걀로 목소리를 지켰듯, 이제 나는 기록을 통해 내 삶의 진실을 지키려 합니다. 청중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짚에 묶인 달걀 하나에 담긴 고마움을 아는 리더는 어떤 무대에서도 가장 진실한 목소리를 낼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웅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의 사자후가 울려 퍼질 차례입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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