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쏟아진 석유와 등잔불:어머니가 켜주신 마음의 등불

부제 : 실수를 대하는 리더의 태도, 그 50년 전의 가르침

by 아빠 매니저

"누적 조회수 1,600회 돌파!

1,600명의 등불이 제 길을 비춥니다. “

이름 없는 기록자 '아빠 매니저'의 글에 1,600분이 넘는 발자국이 남겨졌습니다.

100점의 성취보다 51점의 정직함으로 글 쓰기에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 어둠 속의 흙벽돌집 빛을 향한 갈망


내가 자란 집은 마을의 소란함과는 멀찍이 떨어진 산꼭대기 흙벽돌집이었습니다. 그 시절, 마을 어귀까지는 전기가 들어와 저녁이면 집집마다 전구 불빛이 반짝였지만, 우리 집은 유독 고립된 섬처럼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 짙은 어둠을 밀어내는 유일한 도구는 등유를 태우는 등잔불이었습니다. 매캐한 냄새와 일렁이는 그림자는 가난의 증거였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낮은 곳에서 서로를 비추는 따뜻한 온기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석유는 곧 '빛' 그 자체였습니다.

10리 길, 소주병에 담긴 귀한 빛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어느 날, 어머니는 내게 텅 빈 소주병 하나를 내어주셨습니다. "○○ 야, 면 소재지 석유 가게에 가서 기름 좀 사 오너라." 왕복 20리가 넘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나는 집안을 밝힐 빛을 사러 간다는 자부심에 빈 소주병을 든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기름을 가득 채워 돌아오는 길, 잠시 숲 속 그늘에서 든 낮잠이 화근이었습니다. 깨어보니 옆으로 누워버린 소주병 주위로 흙바닥이 거무스름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병 안에는 채 반도 남지 않은 석유가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기름 반 병은 우리 집의 며칠 밤을 책임질 귀한 재산이었기에, 내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지. 괜찮다. “

집으로 돌아가는 산길은 지옥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실망과 꾸지람에 대한 공포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나는 반 병 남은 기름이라도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직하게 집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병을 내밀었을 때, 돌아온 것은 회초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기름 묻은 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며 말씀하셨습니다.


"○○야, 고생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기름 좀 쏟을 수도 있는 법이지. 다음부터는 조심하면 된단다. 괜찮다, 어서 들어오너라."

어머니는 쏟아진 석유의 양을 계산하기보다, 꾸지람을 각오하고 끝까지 병을 들고 온 아들의 '정직함'을 먼저 읽어주셨던 것입니다.


50년의 세월을 버티게 한 '긍정의 경영학’


그날의 기억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훗날 제가 수백 명의 조직원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들의 실수를 마주했을 때, 비난 대신 "그럴 수도 있다"며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날 어머니가 보여주신 관용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2009년 대장암이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서도 절망하기보다 정직하게 내 몸을 경영하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실수를 탓하기보다 정직과 긍정을 가르쳐주신 어머니의 유산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삶의 기름이 조금 쏟아지는 시련이 닥치더라도, 정직하게 내 몫의 길을 가다 보면 마음의 등불이 나를 올바른 곳으로 인도할 것임을 믿습니다. 나는 오늘도 그 따뜻한 빛을 따라 나의 길을 기록합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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