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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배 Apr 02. 2022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1. 오래 동안 인류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과연 그 법칙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 결과 인류의 조상들은 약 3000년 전부터 2500년 전에 이르는 사이에 수없이 많은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에 관한 이론과 생각들을 쏟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결론을 요약하면 딱 2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나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구약성경. 전도서 제1장)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한 사람은 성경에 이렇게 적어놓았습니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면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이 땅은 영원히 그대로이다. 


떴다 지는 해는 다시 떴던 곳으로 숨가삐 가고, 남쪽으로 불어갔다 북쪽으로 돌아오는 바람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넘치는 일이 없구나. 강물은 떠났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시 흘러내리는 것을.


세상만사 속절없어 무엇이라 말할 길 없구나. 아무리 보아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수가 없고, 아무리 들어도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수가 없다.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 하늘 아래 새 것이 있을 리 없다.


‘보아라, 여기 새로운 것이 있구나!’ 하더라도 믿지 말아라. 그런 일은 우리가 나기 오래 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지나간 나날이 기억에서 사라지듯 오는 세월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을.”


# "세상에 새로운 것이 무엇이랴?"


#2. 인류가 발견한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 2번째는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헤라클레이토스입니다. 그는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헤라클레이토스의 생각은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속담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올해 보지 못한 단풍은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 강물도, 단풍도, 그것을 바로 보는 주체도 모두 변한 시점에서 이미 변한 그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은 모두 헤라클레이토스의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라는 금언을 그 뿌리로 삼고 있습니다. 


#3. 인류가 탄생한 이래 사람들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생존, 둘째는 번성(번영, 번창), 셋째는 행복입니다. 


하지만 이 모두를 뛰어넘는 더 본질적인 욕망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유일한 욕망인 ‘영생불사(永生不死)’가 그런 것입니다. 진시황이 서복이란 사람을 동쪽으로 보내서 ‘불로초’를 찾아오도록 한 것도 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삶에 대한 간절한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 "변하고 변해야 오래 갈 수 있다?"


#4. 그렇다면 진짜 ‘이 세상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법칙’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중국의 고전(古典)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역’은 기원전 770년 주(周) 왕조가 천도를 한 뒤부터 기원전 221년 시황제(始皇帝)가 중국을 통일한 시기까지 550년 동안 계속된 중국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代)에 주나라에서 만들어진 ‘역경’을 말합니다. 


이 ‘주역’은 많은 나라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변화무쌍한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이 시기에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가 무엇인지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이 곧 주역이지요. 


이 ‘주역’에 담겨져 있는 철학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 그 유명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입니다. 이 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세상이 변화하는 대로 사람도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 이 말 속에는 숨어 있습니다. 


“변하고 변해야 영원히 오래 간다(久 : 구)”는 ‘주역’의 기본 철학은 세상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이 돼서 지구 동쪽 끝에서 일어난 일을 지구 서쪽 끝에서 실시간을 알 수 있는 지금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5.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기는 조명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지배하던 세계의 시장을 일본이 넘겨받고 한국이 넘겨받더니 어느새 대만을 거쳐 중국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시대도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베트남과 인도, 태국, 터키, 폴란드, 헝가리 같은 나라들이 ‘포스트 차이나’의 자리를 노리고 절차탁마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서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나라들이 세계 조명시장에 얼굴을 내밀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서 핀란드, 스웨덴,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이 그런 나라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시대에 한국 조명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한국의 조명업계와 업체들이 오래도록 생존하고, 번창하고, 행복해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영원히 생존할 수 있을까요? 또 그러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의 밤입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 이 글은 [한국조명신문] 2018년 12월 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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