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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배 Apr 02. 2022

1분기 GDP 성장률 -0.3%의 의미

요즘 한국의 기업들이 난리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시장이나 해외시장을 막론하고 제품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늘어나는 건 창고에 쌓이는 재고밖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입이 아프게 말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몇 개의 데이터 숫자만 들여다보아도 금세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 언론들이 가장 많이 내놓는 경제 데이터 몇 가지부터 살펴볼까요? 우선 올해 1분기 GDP 성장률부터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데이터가 그야 말로 최신의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 1분기 GDP 성장률 수치가 좀 이상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마이너스입니다. 그것도 마이너스 0.3(-0.3)%라고 합니다. 


이 1분기 GDP 성장률에는 꼬리표가 하나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의 -3.3%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번 1분기의 GDP 성장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해당하는 수준’에 버금가는 ‘아주 나쁜 성장률’이라는 뜻입니다. 


◆10년 만에 발생한 'GDP 마이너스 성장'

 

심각한 것은 올해 1분기에 미국(3.4%), 중국(6.4%), EU(0.5%), 일본(0.2%) 하는 식으로 주요 해외 국가들은 모두 플러스 GDP 성장을 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대란(大亂)’은 아예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오직 한국만이 저 혼자, 유난스럽게, 올해 1분기에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대개 이런 결과는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세계 경제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같은 방향과 같은 정도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걸 두고 ‘세계 경제의 동조화(同調化)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지요. 쉽게 말해서, 세계의 경제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만이 혼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면, 이것은 세게의 경제가 나빴던 탓이 아니라 한국 경제 내부에서 발생한 원인 탓이었다고 봐야옳습니다. 축구에 비유하면, “자살골을 넣었다”는 말이나 같습니다. 


아무리 천하에 둘도 없이 뛰어난 축구선수들로 구성된 축구팀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팀 선수들이 자꾸만 자기 팀의 골문에다 대고 자살골을 차 넣는다면 “어차피 이번 게임은 망했다” 하고 손을 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올해 1분기에 한국이 마이너스 GDP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팀을 패배에 이르게 만든 자살골의 결과라고 말해도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분기 GDP 성장률 마이너스와 더불어 빈번하게 얘기하는 생산, 소비, 투자, 수출의 부진은 1분기 GDP 성장률이 왜 마이너스가 됐는가를 보여주는 보조적인 데이터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올해 1분기에 벌어졌던 ‘축구경기’에서 어떤 ‘자살골’을 넣었던 것일까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요즘 세상의 흐름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스스로 넣은 자살골’이 문제


조금 수고스럽지만 그 내용을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기업의 법인세를 내릴 때 한국은 반대로 올렸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국민들의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서 소득세를 내릴 때 한국은 반대로 올린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을 몇 십 원 올리는데도 벌벌 떨 때 한국은 반대로 2년에 30% 가까이 왕창 올렸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정규직을 풀어서 고용의 유연성을 높일 때 한국은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분위기를 몰고갔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는 규제도 최대한 풀어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할 때 한국은 반대로 없는 규제를 수도 없이 만들어서 기업들의 손과 발을 묶어버렸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공무원들이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슨 애로를 풀어줘야 할까요?”라고 물을 때 한국은 반대로 “이런 애로 좀 풀어 줄 수는 없겠느냐?”고 말하는 기업들에게 “먼저 반성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냅다 호통을 쳤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제도화 된 네거티브 시스템마저 더 풀겠다고 난리일 때, 한국은 ‘규제 샌드 박스’를 만든다면서 기존의 규제 위에 또 하나의 규제를 추가했습니다. 


비유하건대, 한 나라의 경제라는 것은 ‘세계’라는 ‘무역 전쟁터’를 무대로 전 세계의 국가들이 다 같이 달려들어서 기술과 상품, 가격, 유통망, 브랜드라는 ‘총과 칼’을 갖고 벌이는 전쟁과 같은 것입니다. 


옛날에는 칼과 창, 총과 대포, 미사일을 같고 전쟁을 벌였다면 요즘은 ‘기술’과 ‘상품’이라는 무기를 갖고 ‘무역’이라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인다는 점만 다를 뿐, 서로 이기고 지고, 살고 죽고 하는 이치는 똑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전쟁에서 이긴 나라는 진 나라가 가지고 있었던 재물을 차지해 부자 나라가 되고, 전쟁에서 진 나라는 이긴 나라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가난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 전쟁에서 이기고 진 것을 나타내는 성적표가 국민소득이고, 경제성장률이고, 국가별 GDP 순위입니다. 


그러니 올해 1분기에 유독 한국의 GDP 성장률만 마이너스로 나왔다는 것은 한국이 세계의 경제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일의 앞뒤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GDP 마이너스 성장이 갖는 의미를 잘 모르는 분들이 한국의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과 국민들 중에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정치인이나 공무원, 심지어 국민조차 찾아보기 어렵기에 하는 말입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 이 글은 [한국조명신문] 2019년 5월 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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