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이고 인정하기 싫은 결점의 좋은 측면들을 보라
나는 뭐든 습관들이고 좀 더 정성 들이는 일을 좋아한다.
무엇인가를 계속 갈고닦아 세련되고 예리하게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나 여기 있어!”라고 소리치며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때론 지루한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씩 쌓여가며, 점점 잘하게 되는 작은 성취감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그런 식으로 나름의 취미로 만들었었던 다른 예들이 제법 있다.
요가, 책 읽기(책 모으기), 걷기(등산, 산책), 음악(테이프 모으기), 드립커피 내려 마시기..
아마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저런 작은 습관들? 취미의 역사가 더 쌓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항상 습관을 들이며, 그것을 계속 반복할까? 한 번쯤 짚어 보기로 했다.
나는 두뇌회전이 느린 편이고, 적응력이 느리다.
그래서 처음 하는 일에 있어서 항상 적응기간이 필요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분명 내 결점은 불편하고 수고스럽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켜보고 경험한 결과, 그 결점에는 장점이 있다.
물론 솔직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수만 번쯤은 드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좋았다면 어땠을까?"이다.
아마 그랬다면 어떤 일이든 빨리빨리 해내며 거침없이 전진했을 것이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항상 부럽다.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분명 느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느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끔.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고 체득하게끔 일종의 인생 수업을 받는 기분이다.
느리다는 결점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긴 거리를 걷고 뛰어야만 하는 등산이나 마라톤과 같다. 특유의 느림이 긴 거리를 만들어주고, 그것이 나를 꾸준히 하게끔 하는 동기가 되어준다. 놀랍게도 잘하게 되는 지점까지의 거리가 멀고 긴 것은 결론적으로 장점이 된다.
느림의, 긴 거리의 장점은 이렇다.
첫째, 긴 거리를 걷는 동안에 이게 정말로 나에게 맞는 길인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된다.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면 먼 거리를 고생해 가면서 서투른 발걸음으로 걸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연스레 그만한 가치나 흥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
둘째, 거리가 긴 만큼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맛. 조금씩 미세하게 좋아지는 것을 관찰하는 맛이 있다. 장기적으로 건물의 지반을 잘 다져 놓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기초, 기본기를 더 충분히 관찰하고 경험하기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좀 더 묵직한 무게중심이 생기게 된다. 본질에 대한 숙고를 많이 해보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특이점이 생기고 개성 있는 표현도 가능해진다. 분명 느리지만 도달하는 과정 자체에 보상들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그것이 느린 거북이로써 살아온 나의 경험이고 결론이다.
거북이는 천천히 길을 곱씹으며 걸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하지만 토끼는 천천히 걷지 못한다. 뭐 하러 토끼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거북이처럼 걷다가는 답답해서 죽을 것이다.
천천히의 장점을 느림의 미학을 이해할 때 비로소, 거북이는 거북이다워진다.
토끼와 거북이라는 동화에서 거북이의 승리는 이런 부분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실 주변에 있는, 그리고 있었던, 성질 급하고 빠른 사람들에게 많이 배운다.
그들이 하는 신속하고 추진력 있는 행동들을 보면서 좋은 영감을 얻는다.
동시에 그들이 나에게서도 배우는 바가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느린 사람은 같은 실수를 피하려 계획을 세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느리다 보니 많이 부딪쳐 가면서 성공하는 성향은 못된다.
순간적인 기회를 포착해 내 것으로 만드는 데에도 약한 편이다.
대신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해 두고 예상하고, 적당한 전략을 찾아낸다.
토끼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책을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
때론 나 자신이 답답하지만, 자신의 본모습에 불만을 가져봐야 큰 이득이 없다.
그래도 거북이라는 캐릭터로 오래 살아오면서 더욱더 분명해지는 점은
느림은 느림이지 결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것은 오히려 길게 보았을 때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게 하며
독창성, 개성을 발현시키게 되는 좋은 재능이다.
끈기를 가지고 주위를 잘 곱씹으며 걸어보라.
결점으로 보이는 느림이 최고의 장점이라는 사실을 훗날 알아채게 될 것이다.
꼭 느림이 아니더라도 각자 자신이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관점을 반대로 뒤집어보는 것은 어떨까?
치명적이고 인정하기 싫은 그 결점. 거기에서 오는 좋은 측면들을 담백하게 관찰해 보라.
그곳에 분명 당신의 최고 장점이며 발견해야 될 미학이 있지는 않나?
느림은 몇 번이고 참아낼 인내심을, 몇 번이고 관찰해 포착해 내는 눈을, 기본과 본질에 대한 충분한 훈련과 공부를 하게끔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독특한 '나'라는 캐릭터를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당신의 결점은 무엇인가? 그게 정말로 결점일까?
그 결점과 결핍으로 인해 당신은 어떤 특성을 지니게 되었는가?
오히려 거기에서 당신 존재의 특이성, 독창성, 오리지널리티를 발견해 낼지도 모른다.
결점의 겉포장 지는 두려움, 공포, 껄끄러운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포장지를 벗겨내면 거기에 그토록 찾던 선물 같은 것이 자리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