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쉽게, 가볍게 글을 쓰기를 바라면서
엉덩이가 좀 무거워졌다고 했지만, 주제를 정해 깊이 있게 쓰려는 시도는 쉬운 일은 아니다. 비유를 하자면 물길을 내어주는 작업과 비슷하다. 맥락을 정해 물의 방향이 적당히 흘러가게끔 땅을 파주는 일이다. 그럴듯한 문장이라도 맥락과 다르면 쳐낸다. 맥락이 부족한 문장은, 결국 수량이 부족한 물줄기처럼 힘을 잃고 말라버리는 느낌이 든다. 글의 재미나 기분전환을 위해서 남겨두는 경우가 가끔은 있지만, 대부분은 쳐내고 나중에 써먹기 위해 잘 보관해 둔다.
요즘은 사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런 집중하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좀 가볍게 써야겠다는 느낌도 들었다. 뭔가 힘이 들어가 경직되어 있다고 할까. 조금 긴장감을 풀고 경쾌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기왕 쓰려다 보니 자꾸만 잘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너무 집중을 하니 그것도 탈이 난다.
사실 하나의 에세이를 쓰는 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워낙에 거북이 같은 천성도 있고, 꼼꼼하게 완성도를 높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그런가 보다.
나는 결국 에세이를 쓰면서 이런 미련스러운 행동을 반복하는데,
1. 처음에는 온갖 이런저런 글을 떠오르는 대로 다 써 놓는다.
2. 한동안 휴식기간을 갖는다. 다른 글을 쓴다.
3. 복잡한 얘기들을 뒤로하고 새로 다시 쓴다.
4. 근데 그렇게 새롭게 쓰이는 글은 꼭 더 쉽고 편안한 문장이다.
5.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마음에 든다.
아마도 같은 시간을 주어도 더 잘 쓰기는 힘들 것이다. 이 정도가 나의 역량인 것이다. 그런 것은 사실 얼마든지 좋다. 얼마든지 어지럽게 쓰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글이 정리되어 결과물이 괜찮다면 만족한다.
그러니 내 결론은 “어차피. 이런 과정의 반복이다.”라고 인정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복잡하지만 일종의 절차라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말이다. 그렇게 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고 지금 들어간 어깨 힘을 어느 정도 빼주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더 가벼운 버전의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제목에 [일기]라는 표시가 달려있다면 “또 마음 편히 끄적거리려고 왔구나.”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깊이 있을 필요도, 잘 쓰려고 너무 노력하지도 않기로 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산책하는 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이곳, [일기]에서는 의미심장한 결론 같은 것은 없다. 최대한 지인과 수다 떠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쉽게 꺼내놓는 곳이다.
나에게는 [일기]가 힘 빼는 연습을 하는 곳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