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_02_10
2026년, 새해로 접어든 지도 한 달이 넘어간다. 그렇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이상하게도 고장 나는 물건들이 유래 없이, 꽤나 많았다. 그냥저냥 쓰던 물건들도 더 이상 쓸 수 없어 새로 사거나 고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처음 시작을 연 것은 TV서부터다. 잘되던 녀석이 갑자기 화면이 시커멓고 소리만 들렸다. 그래서 이래저래 잘 살펴보니 검은 화면 속에서 살짝 실루엣만 움직였다. 백라이트가 나갔다고 하던데 전문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검은 화면뿐이니 새로 구입해야만 했다. 덕분에 오래 쓴 TV는 더 큰 새로운 화면으로 바뀌었다.
냉장고도 언제부턴가 냉동실이 녹기 시작했는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살펴보니 냉기가 전체적으로 너무 약했다. 결국은 냉동실에 있던 웬만한 음식은 모두 버려야 했다. 그리고 심장과 같은 컴프레셔를 통째로 갈아야 했다. 다행히 무상기간이라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았다. 작년에도 맞은 편 냉장고 컴프레셔를 교체했는데 말이다.
무선청소기 역시 쓰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다시 켜봐도 도무지 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배터리를 전부 갈아야 했다. 무선청소기가 하나 더 있는데, 그조차 오래돼서 1분 정도 돌리면 방전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국 청소기 하나를 사야만 했다.
그냥저냥 쓰던 프린터도 결국에는 다시 사야 했다. 종이를 알아서 빨아 당기지 못했는데 그냥저냥 한두 번씩 쓰면서 버텼다. 근데 이제 잉크가 다 소진되어 버렸다. 잉크를 새로 사면서 고생하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만 써야겠다 싶어서 새로 샀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전자제품 포인트를 써야 한다고 문자가 날아왔다. 그래서 커피포트를 하나 가져왔다. 별로 쓸모가 없어 박스채로 며칠째 먼지만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쓰던 13년 정도 된 싸구려 커피포트를 그냥 버리기로 하고 대신 쓰게 되었다.
뭔가 물건을 잘 사고 바꾸는 편이 아니라 이런 단시간 내의 많은 변화가 당황스럽다. 사실 그 외에도 글을 쓰기가 불편해 키보드도 사고 스탠드도 샀고.. 빨래 널기를 더 이상 못하겠어서 건조기도 새로 샀다. 근데 이 모든 것들이 나름의 이유가 있고, 상황이 그럴만해서 합당하게 산 것들이다. 근데 그런 변화가 짧은 시간 내에 갑자기 우르르 쏟아져 내려 앞에서 어느새 펼쳐져 있었다.
이런저런 변화들을 예고하는 걸까? 물건들이 이렇게까지 마구 고장나서 고치고 새로사는 경우는 사실 처음 겪어본다. 이게 뭔 일이래? 싶은 마음도 든다. 뭔가 행동을 조심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같이 뭔가 물건을 고치고 새로 사는 것은 나름 좋았다. 눈앞에 무엇이 새로 놓이고 나아지는 것이 명백하니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때문에 삶이 쾌적해지고 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올해를 조심하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면이 있다. 많은 물건들을 고치고 새로 들여서 편리해진 상황처럼, 다른 풀리지 않던 일들도 개선되고 좋은 방향으로 새로워지기를 희망한다. 올해 새로 시작한 셈인 글쓰기도 꾸준히 잘 써 내려가게 되기를, 시도하는 일들이 나름의 성과를 얻어 헛되이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역시 올해 좋은 변화와 성과를 얻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