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더 낮추고
낮추며 이 글을 씁니다만
잘나 보이고 싶어 고개 쳐들던 시절도
옳은 소리만 나불대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지금도 그 건방은 슬쩍 나오곤 하는데
아무래도 눈치를 받다 보니
전보다는 쇠약하고 연약합니다
결백한 얼굴을 하고서는
속으로는 오만
마치 실수도 안 하고 현명해
잘못한 적이 없는 얼굴은
활시위를 당기고 싶게
움직이는 얄미운 과녁모양
화해라는 단어의 뜻이
가슴에서 울려본지가
용서를 주고받아
얼음을 녹여본지가
연약한 이의 몸부림은
사실 좀 딱하다
손을 잡으며
누군가에게 온기를 받으면서도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
그의 슬픔을 알 만하다
그러니 바삭해진 벽을
호호 불며 입김을 전해주면
정성스러운 이의 발에
조용히 엎드려 감사의 입을 맞추라
검은색 방울을 기울이면
그동안의 뼈대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은
빨랫줄에 널려 덜렁하다
울어라
생은 그래도 긴 그림자
고치고 뚝딱거리며
짚게를 풀어내 걸친
바닥에 엎드려 눈을 감고
오체로 투지 하여 게워내니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넷 다섯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동요 <반달>의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