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 한 그릇 하실래요?

집에서 만드는 초간단 돌솥비빔밥

돌솥비빔밥은 식당에서나 먹던 특별식이었다. 어느 날, 딸의 피아노 선생님께서 돌솥비빔밥을 만들어 주셨다. 집에서 돌솥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돌솥을 불에 올리고, 미리 만들어 놓은 나물을 넣고 볶다가, 밥과 계란프라이,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좀 더 볶으면 끝! 고정관념을 깨버리면 이렇게 또 다른 방법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날이었다. 요리에 잼병인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다 된 돌솥비밤밥을 식탁에 놓고 앉았다. 뜨거운 김이 나는 밥을 후후 불어가며 한입 입에 넣었는데, 식당에서 먹던 돌솥비빔밥보다 더 맛있었다. 집에서 혼자 놀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서 늘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시는 피아노 선생님의 마음이 양념으로 더해져서인지, 돌솥비빔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배도 부르고 마음도 빵빵해졌다.

피아노 선생님께 돌솥비빔밥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이후, 집에서 종종 혼자서 만들어 먹고 있다. 기분이 꿀꿀해서 매운 음식이 당기는 날에, 혹은 그냥 한국 음식이 그리운 날이면 돌솥을 꺼낸다. 나물이 없으면 그냥 아무 야채나 돌솥에 넣고 볶는다. 지글지글 소리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마음이 모인다. 밥을 한 숟가락 수북이 떠서 호호 불면 시름도 함께 날아간다.

마음이 잠시 소란해서 오늘도 돌솥을 꺼냈다. 어제 먹다가 남은 삼겹살까지 넣고 비빔밥을 만들었더니,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배가 빵빵하다. 배부른 돼지가 되어서, 꿀꿀 소리 내는 대신에,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긴다. 마음속 소란을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