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개설과 웃긴 해시태그
잘 몰라도 이제껏 별 탈 없이 살아왔는데, 문명의 혜택을 살짝 맛본 후 어안이 벙벙해졌다.
원서 읽기 모임인 리북스에서 북클럽 리더로 활동을 한지, 일 년 반 정도 지났다. 특히 올해는 네이버에 책 독후감을 꾸준히 작성하고, 북클럽의 진행 상황도 기록으로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가상했는지, 리북스 클럽의 전체 리더이신 쏘피쌤께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독려를 해주고 계신다. 그 덕분에, '토니의 책여행'이라는 이름을 짓고, 나의 로고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떨어진 어명은, 캔바 적극 활용 및 인스타그램 홍보!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지만,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객이 거의 없는 나의 소셜미디어는 그냥 나와 지인들을 위한 소통의 수단일 뿐이었다. 나를 까발리느냐 아니냐 선택을 해야 한다면 여전히 별로 까발리고 싶지 않은 쪽이다. 그래도, 어명이 떨어졌으니,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퍼블릭 용도로 추가 계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요즘 배우고 있는 캔바로 이미지도 하나 만들었다. <해녀들의 섬>에서 마침 마음에 콕 스며든 문장도 하나 있어서, 간단히 관련 이미지를 작업했다.
이미지에 나의 서명도 넣고, 의기양양하게 새로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미지를 올렸다. 해시태그라고 들어본 게 있어서, '#'을 눌러 해시태그도 넣어봤다. 그런데 얼마 후, 쏘피쌤께 카톡이 왔다.
"태그 내 띄어쓰기는 일부러 의도하신 건가요? 태그는 검색이 되게 하는 게 큰 목적인데, 저러면 검색이 저 키워드로 안 돼서"
그리고, 캡처 본을 올려주셨다.
내가 해시태그 사용법도 모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신 듯 조심히 문자를 보내신 쏘피쌤께, 전혀 몰랐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네이버블로그에서도 검색어 넣을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캡처된 나의 해시태그를 보고 웃음이 터졌다. '#The' 마침 옆에 있던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남편도 황당해했다. 둘이 한참을 웃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가서 해시태그를 수정하다가, 또 다른 기능을 발견했다. '#theislandofseawomen'을 타이핑하니, 관련 게시물이 몇 건인지 떴다. 그리고, 해시태그를 클릭하니 바로 관련 게시물 페이지로 이동했다. 이런 신세계가! 쏘피쌤께서 '@'으로 불러오기 기능도 알려주시고, 소소한 팁을 주셨다. 세상에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눈이 동글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검색을 하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는 그 세상을 나는 눈앞에 두고도 몰랐다.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오늘 새로운 세상에 겨우 한 발짝 발을 뗀 것인가. 몇 발자국 걸어보다가 시큰둥해져서 그냥 주저앉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살살 걸음을 떼 본다.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소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폐쇄적인 인간인 것 같다. 좀 열어 보자. 삐그덕 열린 문으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