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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Jul 07. 2023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그랬으면 좋겠다!

책 만들기 자료 조사

시어머니가 집에 계셔서  일거리가 평소 두 배로 는 건 사실이다. 토스트와 계란프라이, 아니면 시리얼 한 그릇으로 후딱 해치우던 아침 식사를 한 시간에 걸쳐서 먹는다. 심심하실 시어머니의 말상대가 되어 드린다. 오늘은 고민 끝에 점심 메뉴로 김밥을 말았다. 아침잠을 설친 데다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김밥 재료를 준비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김밥을 싸고, 썰고, 먹고, 치우고 하다 보니 오전 시간이 다 갔다.


그러고 났더니, 100일 글쓰기 숙제를 할 의욕이 사라졌다.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가 다시 닫아버리고는 책을 읽었다.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라는 제목으로, 이 책은 출간을 꿈꾸는 독자에게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목에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 책의 방향성을 잘 담고 있는 제목이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기획자(편집자?)께서 내가 쓴 글이 어떻게 하면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힌트를 주신다. 그중 하나, 책 제목은 독자를 유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책 쓰기가 쉽지 않다고 내심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쉬운 방법이 있을까 싶어 독자들은 이 책을 구매할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목차도 중요하나 제목과 표지 카피와 비교하면 책 판매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책을 고를 때 목차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나에게는 좀 의아한 통계였다.


책쓰기와 글쓰기를 비교하며, 책쓰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 긍정과 부정을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 내가 쓴 글이 능력 있는 편집자의 손을 거쳐 매끄럽게 정제된 후, 공격적인 마케팅의 수혜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잘 팔리는 책으로 탄생할 수 있다고 하는 출판계의 현실은, 책 출간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기회인가 아니면 허망된 꿈의 부추김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나는 출판사가 거들떠보지 않을 악조건을 가진 작가지망생이다. 내세울 커리어도 없고, 화려한 인맥도 없으며, SNS에서도 미개한 존재이다. 미끼로 내세울 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평범한 사람도 책을 출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출판사가 원하는 글이나 마케팅 파트를 읽어 보면 화려한 개인스토리가 필수이다. 그렇다면, 나도 책쓰기를 목표로 뭔가 개인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나 싶다.


나는 왜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가? 내가 쓰는 것은 책쓰기에 가깝나 아니면 글쓰기에 가깝나? 겉으로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언제가 책을 내고 싶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책 읽는 독자는 줄어들었어도, 책 쓰는 작가는 많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책 한 권 출간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일까? 왜 그토록 책을 출간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가 바라는 건, 쓰기일까 아니면 작가라는 타이틀일까? 나를 미치도록 알리고 싶은 욕망일까?


이 주 전에 공저를 내자는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무척 들떴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나도 달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공저로 책을 내신 분의 귀한 경험담과 조언을 듣고, 또 이것저것 관련 분야를 검색해 보면서, 내가 전혀 몰랐던 출판의 세계에 화들짝 놀랐다. 아주 살짝 맛만 본 거지만, 그 맛은 씁쓸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다단계 사업 방식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단 공저를 시도해 보기로 했고, 이 작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색다른 경험이 나를 성장으로 이끈다는 것!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며 첫 발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벌써 뭔가를 해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아직은 어떤 시련에 좌절할지 모른 채 해벌레하는 중이다.


내가 원하는 게 책쓰기인지 글쓰기인지 헷갈리고, 내가 갖고 싶은 게 작가라는 명성인지 자아성찰인지 모르겠고, 아마추어 작가는 오늘도 그저 문장으로 떠든다. 정말 쓰기가 싫었던 오늘 같은 날에도, 맥주 한 병 따서 TV 앞에 앉기 전에 숙제를 한다. 멀찌감치 앉아 계신 시어머니는 내가 뭐 대단한 거라도 창작하고 있는 줄 아신다. 진지한 표정으로 타닥타닥 끊임없이 좌판을 두들기고 있는 나의 포즈는 천상 작가다. '어머니, 사실, 어머니 때문에 평소보다 좀 힘들다고 불평하는 글을 쓰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내일도 모닝커피와 함께 말동무해드릴게요. 그리고, 언젠가는 어머님의 이야기도 한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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