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이야!

딸의 뮤지컬 공연

by 검은별 Toni

두 달이 넘는 긴 여름 방학 동안, 딸은 뮤지컬 캠프와 테니스 반나절 캠프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에 딸이 이 주 동안 연습한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다. 열한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안무를 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준비한 뮤지컬은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춤도 노래도 연기도 굉장했다. 노래에 자신이 없어 캠프 참여를 망설였던 딸도 흥겹게 공연을 펼쳤다. 딸이 솔로로 노래하는 파트가 있었는데, 어찌나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지 깜짝 놀랐다. 소심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들을 지도하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딸은 이 극단에서 일 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연극을 주로 하다가 뮤지컬 공연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딸에게 또래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무대에 서며 자신감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극단 활동을 적극 지원했었는데 결과가 아주 좋다. 무대에 선 딸을 보며 나중에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을 미래의 딸을 상상해 봤다. 딸이 어떤 커리어로 나아갈지 잘 모르겠지만, 그 길에서 항상 다부진 태도로 임하기를 바란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들과 무대에 서는 경험들이 딸의 삶에 양질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며칠 전 딸이 처음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요리사가 될 거야, 집사님이 될 거야, 작가가 될 거야, 애니메이터가 될 거야, 과학자가 될 거야라며 그때그때 재미와 호기심에 따라 장래 꿈을 결정하던 딸이 변했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림을 그리는 게 재미있지만 그걸 직업으로 할 만큼 좋지는 않다고 했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막연하다고 했다.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일단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 시도해 보고, 그게 생각보다 별로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도전해 보면 된다고 격려했다. 딸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의 꿈을 찾기까지 심적으로 물적으로 원조해 줄 수 있으려면 나도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덩달아 조급해지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딸 앞에서 태연한 척했다.


겁 없이 무엇인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다지던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대견하면서도 슬프다. 늘 상상이자 신나는 놀이였던 현실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고민과 좌절이 오고 갈 것이다. 그럴 때도 한 줌 동심은 간직하길 바란다. 잠시 상상에 빠져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하는 순간들이 있기를 바란다. 내가 무대의 주인공임을, 내가 세상의 중심임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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